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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청와대∙서울시청∙서울역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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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청와대∙서울시청∙서울역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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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당시,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을 철거할 때 말들이 많았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일제의 잔재를 말끔하게 없애버리자는 것이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다른 나라의 경우 치욕적인 역사 현장도 보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고 나왔다. 또, 건물을 일제가 사용한 기간은 19년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사용한 기간은 40년이 넘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막대한 철거비용 문제도 제기되었다.

반대론자들은 일제의 잔재를 깨끗하게 없애려면 서울시청 건물과 서울역사, 한국은행 구 본관 건물도 일제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함께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려진 것처럼, 조선총독부 건물은 일본의 ‘일(日)’, 서울시청은 일본의 ‘본(本)’자를 본떠서 지은 것이었다. 서울시청의 경우는 고종 황제가 있는 덕수궁을 감시하기 위해 덕수궁 ‘코앞’에 지은 것이라고 했다.

서울역사는 일본의 ‘동경역사’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대륙침략의 전진기지’로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구 본관은 ‘경제침략의 전전기지’였다.

이처럼 여러 건물을 철거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대상에서 빠진 게 있었다. 청와대였다. 청와대만큼은 ‘감히’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별로’였다.
청와대는 경복궁의 연무장과 과거시험장이 있던 자리에 지은 것이라고 했다. 경복궁의 맥이 내려오는 길목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곳인데도 일제는 이곳에 ‘조선총독의 숙소’를 만들었다. 조선의 왕궁인 경복궁을 ‘내려다보는’ 위치였다.

1939년에 준공, 이름을 ‘경무대’라고 했다. 광복 후에도 일본 관리들이 살다가 점령군사령관인 하지 장군에게 숙소로 내줬다. 따라서 청와대는 ‘점령자의 숙소’였다.

경무대라는 이름은 이승만 대통령이 입주하고도 계속 사용되었다. ‘KMD’라고 영어 이니셜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입주하는 즉시 망치를 들고 다니며 경무대 안에 있던 일제 전구(電球)를 모조리 깨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일제가 지은 건물에 입주를 했지만 일본이 만든 전구만은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무대라는 이름은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변했다. 국민 여론 때문에 바꾼 것이다.

일제의 ‘흔적’은 이후 또 한 번 지워진 적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 일본식 건물인 ‘상춘실’라는 것을 헐고 양식 건물인 ‘상춘재’를 지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이 ‘재’로 바뀌었을 뿐 ‘상춘’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았다.

일제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경무대를 건설했다. 경복궁 앞에는 조선총독부를 짓고, 뒤에는 경무대를 세웠다. 경복궁의 앞뒤를 모두 가로막아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의도였다. 앞뒤가 막혀버린 조선은 기와 맥이 모두 끊겼으니 운도 끝났으니 독립할 꿈은 꾸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일본에 대한 성토와 규탄이 요란한 시점이다. 그래도 일제가 지은 건물이 지워질 가능성은 아마도 희박하다. 되레 보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공약도 벌써 폐기되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