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사람인]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카드사 수익성 악화"

공유
6


[사람인]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카드사 수익성 악화"

center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사진=한국신용카드학회)
"수익성 악화를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카드업계"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현재의 카드업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업계는 디지털 기술 접목 등 새로운 수익성 모델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카드산업을 30년 가까이 연구한 학자다. 1991년부터 현재 KB경영연구소의 전신인 옛 국민은행 경제경영연구소에 몸담으면서 가계경제연구실장으로서 카드산업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맡았던 것이 카드업계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상명대학교 경영학 교수로서 서비스마케팅에서도 금융서비스를 주로 연구하면서 그동안 발표한 논문 80여편 중 40여편이 카드산업과 관련이 있다.

2002년 만들어진 신용카드학회에는 창단 멤버로 참여해 부회장을 역임하다 2009년부터는 학회장을 지냈다. 다음달 학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은 최근에는 학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달 말 서비스마케팅과 관련된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카드 상품의 특성상 학문적인 접근만이 아닌 실무적으로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생각이다.

그런 그는 정부가 카드산업에 대해 조정자로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 체계 손질로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수익을 인위적으로 낮춰놓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연매출 500억원 이상 초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시장 논리에 따라 카드사와 가맹점끼리 협의하라는 입장이어서 정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현정부 들어 카드 가맹점 위주의 정책을 펴 수수료를 받는 가맹점이 전체의 93%가 되면서 (신용판매 등) 지급결제 부문에서 부진을 겪게 됐고 수익성을 확보할 데가 없다. 올해 8000억원의 수수료 수익 인하분을 카드사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면서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정부는 뒷짐지고 시장 원리에 따라서 하라고 한다.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마케팅 하지 말라고 하지만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재무제표상으로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고 적자를 내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에서는 아직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대손충당금의 환입 등 영업 외적인 부분을 통해서 실적 보전이 되고 있으니까 당국에서는 카드업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안하는 것 같지만 업계에서는 마른수건을 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당국이 한발짝 물러나서 큰 그림을 보고 조망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포퓰리즘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단기적으로 수수료 인하라는 처방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어떤 왜곡 현상을 일으킬지 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이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현재의 신용카드업의 모델인 '다이너스 클럽 카드'가 만들어졌을 때처럼 가맹점이 필요에 의해 카드 결제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각종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 상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 도입된 의무수납제는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로 결제한다는 이유로 고객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정부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근본적으로) 의무수납제때문에 많은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준조세로 여기게 됐다. 원론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는 당연한 것인데 가맹점에게 의무적으로 카드를 받으라고 하면서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인데도 내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공정거래 이슈, 정부의 금융정책 등으로 의무수납제를 이어왔다"며 "이를 폐지해 가맹점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면 카드 결제 플랫폼안에 계속 있고 아니면 빠져가도록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배율 규제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로 카드사들은 6배를 넘어서는 안되는데, 업계에서도 현재 이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6배라는게 이론적 근거가 없다. 일단은 10배까지는 완화해줘야 한다. 카드사들이 신용판매분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분을 어느 정도 보전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를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대출서비스를 해야 한다. (캐피탈 등 타 업계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 차원에서 완화해줘야지 카드사만 옥죌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에서 요구했던 수수료 하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국회의 벽을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카드 상품의 가맹점 수수료를 일정 수준에서 보장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카드업계에서 수수료 하한제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법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는 전국민이 쓰고 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수수료 하한제 법안을 다루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규제 완화의 벽이 높은 상태에서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고금리 카드론 대신 연 10% 초충반 수준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활성화될지도 미지수다.

그는 "현실적으로 보면 서민층의 금융서비스를 보면 고객들은 신용등급상 중하위 등급 고객들이 많은데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카드사들의 카드론 연체율이 상승하고 연체액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금리 대출을 해야 유리한데 고금리 대출이 아니라 금리를 낮춘 중금리 대출을 하는게 수익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중금리 대출을 통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대출을 쓰는만큼 수익성이 얼마나 확보될까 싶으면 긍정적이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금리대출 시장은 매력적이지만 대출 시장에서 자금조달과 리스크 관리를 연계해 보게 되면 매력이 있다"며 "기업의 관건은 수익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다. 외형으로 성장해도 성장의 질을 다봤을 때 수익과 연계되는 성장이 아니면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향후 카드업계가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각종 '00페이'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분간은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카드사가 전체 결제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추세는 간편결제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카드사가 간편 결제 등과 관련된 분야와 어떻게 '링크'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변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카드사가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카드사가 갖고 있는) 경험 관련 데이터, 빅데이터를 추출해서 경영관리 솔루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인간의 최초의 사회화를 소비로 보고 있다. 소비는 관성이고 학습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습을 시켜줘야 한다. 가치가 창출되도록 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수료가 제로여서 제로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결제 플랫폼의) 비용이 제로는 아니다. 은행 전산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결국 비용은 금융사의 몫이다"라고 우려했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