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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여름휴가 4일… 기죽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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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여름휴가 4일… 기죽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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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맞아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가계획 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평생교육기업 휴넷이 직장인 106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6%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평균 4.1일 휴가를 떠나 57만9000원을 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7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올해 하계휴가 일수는 평균 4.0일로 작년의 3.8일보다 0.2일이 늘었다고도 했다.

기업들이 휴가비를 얼마나 보태주는지에 대한 조사도 있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평균 39만6000원으로 작년의 49만5000원보다 줄었다고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들의 휴가비도 ‘짠돌이’가 되고 있었다.

정부가 휴가비를 보태주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도 있다. 근로자가 20만 원을 내면, 정부가 10만 원, 기업이 10만 원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 덕분에 당초 계획에 없던 휴가를 다녀오는 월급쟁이도 제법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기죽는 사람이 있다.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이다. 지난달에만 48만6000명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그 중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직장을 다니다가 구직급여를 새로 신청한 ‘신규 신청자’도 7만5000명이나 있었다. 구직급여를 받아 ‘몇 십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여름휴가를 떠나기는 아무래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왕창’ 오르는 바람에 허덕거리는 자영업자도 다를 것 없다. 게다가 ‘가계부채 1500조’를 감안하면, 은행 이자 갚기도 어려운 게 서민들 형편이다. 가족까지 합치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방법을 찾을 수는 있다. 고려 때 선비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운금루기(雲錦樓記)’라는 글에 나오는 얘기다.

경성 남쪽에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을 빙 둘러서 여염집이 ‘고기비늘’처럼 늘어서 있었다. 연못 근처에는 누각도 하나 있었다.

이제현이 그 누각에서 한가하게 바라봤다.

“달리는 사람, 쉬는 사람, 돌아보는 사람, 부르는 사람, 친구를 만나 서서 말하는 사람, 어른을 만나 절하는 사람.…”

사람들은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구경거리가 될 만했다. 연못 속에 비치는 붉은 꽃의 향기와 푸른 잎 그림자도 빠질 수 없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도 좋았다.

이제현은 말했다.

“산천을 찾아 구경할 만한 명승지가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금이 도읍한 곳으로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도 진실로 구경할 만한 산천은 있다.… 한 발자국만 나서면 굽어볼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제현처럼 ‘구경할 만한 곳’은 오늘날 널려 있다. ‘동네 공원’이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휴가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은 가까운 동네 공원이라도 찾을 일이다. 돈 안 드는 휴가가 될 수도 있다.

휴가의 ‘휴(休)’는 사람 인(人)과 나무 목(木)을 합친 글자라고 했다. 농사가 산업의 전부였던 옛날에는 종일 밭에서 일하다가 쉬고 싶으면 근처의 나무그늘을 찾았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