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금지' 위반하는 감정원 '법 위의 공기업'?

김현미 장관 "업무와 명칭 부합 안돼" 명칭 변경 시사...해외서 버젓이 '감정평가기관' 행세
주택공시가격 잦은 오류에도 산정방식 '비공개' 일관, 김학규 원장은 위법 알고도 개혁 미온적

기사입력 : 2019-07-11 14:27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center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 사진=뉴시스
한국감정원의 정체성 혼란과 전문성 부족 문제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1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한국감정원의 명칭 변경과 업무조정 등에 메스(수술칼)을 댈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국감정원이 하는 일과 명칭이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혀, 감정원의 명칭 변경을 시사했다.

국토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은 지난 1969년 감정평가 전문기관으로 설립됐지만 민간시장의 성숙에 따라 감정평가 분야를 민간에 이양하기로 해 지난 2016년 한국감정원법 제정·시행 이후 감정평가 업무는 맡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감정원은 주택가격공시, 부동산시장 조사·관리 등만 맡고 있다. 감정원이 감정평가 행위를 하면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에 걸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감정원이 여전히 감정평가 업무영역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나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감정원은 국제회의 등 해외에서 여전히 '감정평가 전문기관' 행세를 하고 있어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출장 기록을 보면 감정원은 감정평가 관련 국제기구의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고 앞으로도 참석할 계획이다.
감정원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은행(WB) 주최 '2018 토지와 빈곤 연례회의'에 참석해 미국감정평가협회(AI) 뉴욕지사장 등 감정평가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감정평가기법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 3월에도 같은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감정원은 지난해 6월 세계적 권위의 감정평가분야 회의인 '세계평가기구연합(WAVO)' 싱가포르 회의, 같은 해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제29회 범태평양 감정평가회의(PPC)' 등에도 참석해 논문 발표 등 감정평가기법 교류활동을 벌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 감정평가 관계자들도 한국의 감정원이 감정평가에서 손 뗀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감정원이 국제 감정평가 관련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정원이 맡고 있는 주택공시가격 산정업무도 전문성이 떨어져 국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정원은 기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업무와 더불어 2017년부터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업무도 맡고 있다.

그러나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appraisal)' 방식으로 결정하는 토지 공시가격과 달리 감정원이 '조사산정(calculation)' 방식으로 결정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와 차이가 크고 오락가락할 뿐만 아니라 산정방식도 공개되지 않고 있어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국토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230가구의 공시가격을 통째로 정정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단지의 결정 공시가격은 가구당 평균 30억 200만 원이었지만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보다 6.8%나 내린 평균 27억 9700만 원으로 정정했던 것이다. 애초에 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전권을 갖고 있는 감정원이 산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도 감정원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1년 전 15억 원에서 25억 원 올린 40억 원으로 결정했다가 거센 비판에 부딪히자 한 달만에 30억 원으로 낮추는 등 원칙 없는 일처리로 공시가격 조사산정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처럼 오류가 심각함에도 감정원이 조사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감정원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감정원 노조는 지난 5월 논문과 학술대회 등에서 감정원의 비전문성과 산정방법 비공개를 비판한 국내의 한 대학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외부의 비판에 김학규 감정원장은 감정평가를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관련 업무는 하고 있다고 밝혀 위법행위를 시사하면서도 아직 업무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밝혀 감정원의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관련기사

오늘의 핫 뉴스

실시간 속보

금융 최신기사

산업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