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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증권제도 '초읽기', 행동주의펀드 입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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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증권제도 '초읽기', 행동주의펀드 입지 커진다

9월 16일 시행,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
소액주주 참여 확대, 주주가치제고로 연합전선 촉각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며 오는 9월 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자료=한국예탁결제원이미지 확대보기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며 오는 9월 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자료=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제도 시행이 확정됐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며 오는 9월 16일부터 증권실물이 사라진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자증권제도가 전자투표 활성화로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의 의결권행사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향상’이라는 목적에 서로가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소액주주들 눈치도 볼수 밖에 없어 고배당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전자증권제도, 전자투표제로 확대, SK하이닉스 등 잇따라 도입 = 9월부터 증권실물이 사라진다. 추석연휴 직후인 오는 9월 16일부터 상장주식·사채 등 주요 증권의 발행·유통과 권리행사가 모두 실물없이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전자증권제도는 주식·사채 등을 전자등록해 증권의 발행·유통과 권리행사가 전면적으로 실물없이 이뤄지도록 한 제도다. 전자증권제도는 주식·사채 등 대부분의 증권에 적용된다. 상장주식·사채 등 상장증권은 전자등록방식으로만 발행이 가능하다. 전자등록 이후 실물발행이 금지되고, 실물로 발행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전자증권제도 도입으로 불필요한 발행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정부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발행비용이 연간 900억 원~1000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장주식 등 의무적용대상 가운데 예탁되지 않은 실물은 효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실물 권리자는 시행일 직전 영업일(9월 11일)까지 발행인에게 전자등록할 계좌를 통지하고 실물 증권을 제출해야 한다.

전자증권제도의 전면시행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도 늘고 있다. 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신규 위탁계약을 체결한 63개사 가운데 신세계 그룹(신세계, 신세계건설,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광주신세계 등 6개사), SK하이닉스, 포스코, 신라젠 등 시장의 대표기업이 전자투표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위해 방법, 절차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면서 "내년 주총 때 전자투표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전자투표제를 끝까지 미루더라도 그 기간은 길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전자투표제 의무화관련 개정안이 상정됐는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통과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른 관계자는 "여야 모두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 "국회가 재개되면 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행동주의펀드, 주주가치 목적으로 개인투자자와 연합전선구축 가능성 = 흥미로운 사실은 전자증권제도 시행이 행동주의펀드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행동주의펀드는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뒤 경영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기업과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를 뜻한다.

전자증권시행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이 앞당겨지며 행동주의펀드와 개인 투자자가 손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투표절차의 편리성이 대폭 강화되며 개인 투자자들도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결권행사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를 한 563개사의 주주 유형별 주식 분포 현황을 보면 개인 투자자 비중은 51.8%에 이른다. 코스닥기업의 개인 주주 비율은 약 72%로 압도적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비중이 낮은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으로 노출된 기업의 공통점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펀드)와 경영권분쟁에 노출된 한진칼의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은 28.93%로 크지 않다.

올초 미국의 대표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 공격을 받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도 최대주주 지분은 각각 21.43%, 17.24%에 불과하다.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 원에 이르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요구해 회사 측이 곤욕을 치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지배력이 안정된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적극 도입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미루고 있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적은 기업들은 12월 결산법인의 주총이 몰린 날, 비슷한 시간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소액주주의 반대를 피했는데,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사전 봉쇄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게 최악의 경우의 수는 행동주의펀드와 개인 투자자가 뭉쳤을 때다. 행동주의펀드와 기업이 지배구조, 배당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면 주요 안건의 통과, 부결 여부에 개인 투자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기업에겐 행동주의펀드는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적이지만 개인 투자자에게는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우군"이라면서 "양측 대립 시 개인투자자들이 주주 환원 강화의 명분이 있는 행동주의펀드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