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삼성그룹의 ‘위기론’ 유전자

기사입력 : 2019-06-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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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유명한 ‘도쿄 구상’을 이렇게 밝혔다. 이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에 쓴 글이다.

“동경에서 최종 마무리를 서두르고 드디어 반도체 투자의 단안을 내렸다. 83년 3월 15일을 기하여 삼성은 VLSI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을… 내외에 공식으로 선언했다.… 투자 결정으로부터 1년이 되는 84년 3월말까지 64KD램의 양산 제 1라인을 완성키로 하고, 완성 시한에서 역산하여 모든 일의 진행 계획이 짜여졌고 진척 상황은 매일매일 확인되었다.”

이 회장은 치밀했다. “일이 잘못되면 삼성은 반쪽밖에 남지 않는다”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이라도 첨단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나라의 장래까지 암담해 질 것이라는 ‘위기론’이었다.

“수많은 미·일 전문가를 비롯하여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의 다 들었다. 관계 자료는 손닿는 대로 섭렵했고, 반도체와 컴퓨터에 관한 최고의 자료를 얻고자 무한히 애를 썼다.… 철저한 기초 조사와 밤낮을 가리지 않은 연구와 검토 끝에 내린 참으로 힘겨운 결단이었다.”

반도체 사업은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양산 체제를 갖추기가 무섭게 일본의 덤핑 공세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1994년 삼성그룹은 메모리 제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D램의 경우 일본의 히타치를 제쳐버리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우려처럼 ‘반쪽’이 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삼성전자를 ‘세계 톱’으로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위기론’을 편 적 있었다. 선대 회장은 ‘반쪽론’이었는데, 이 회장은 ‘구멍가게론’을 내놓은 것이다.

2010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0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 회장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과 관련, “겁은 나지 않지만, 신경은 써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기초에서,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기 때문에 뒤쫓아 오려면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10년 후를 내다보는 사업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묻는 언론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의 구멍가게 같았습니다. 까닥 잘못하면 또다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위기론’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IT·모바일 부문 사장단과 경경전략점검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론을 편 것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인 기업’은 이렇게 10년 뒤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 나라 경제도 좀 닮아야 좋을 텐데, ‘코앞’의 현안에만 매달리고들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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