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술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웬 ‘물의’

공유
0

[G 칼럼] 술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웬 ‘물의’

이미지 확대보기


한나라 무제 때 사기경(謝幾卿)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술을 좋아하고 격식을 우습게 여긴 관리였다. 그래서 모든 일을 자기 멋대로 처리했다.
사기경은 술자리에 가면 꼭 취했다. 그래야 직성이 풀렸다. 술이 모자라서 덜 취하면 ‘2차’를 갔다. 길가에 ‘자가용’ 수레를 세워놓고, 함께 타고 가던 사람과 술집을 헤맸다. 너무 요란하게 술판을 벌이는 바람에 ‘구경꾼이 둘러서서 담을 쳤을 정도’로 마셨다.

임금인 무제가 이 ‘술꾼’ 사기경에게 어느 날 반란군 진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패했다. 그 벌로 파직 당하고 말았다. 집에서 쉬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사기경은 그게 오히려 좋았다. 술 좋아하는 관리들이 술병을 차고 자주 찾아왔기 때문이다. 사기경은 파직이 되고도 매일 술타령이었다.

유중용(庾仲容)이라는 동료 관리도 마침 파직되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뚜껑 없는 수레를 타고 돌아다니며 날마다 술을 펐다.

뚜껑 없는 수레는 죽은 사람이 타는 수레다. 장례식 때나 쓰는 ‘장의수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뭐가 좋은지 방울을 흔들며 조가(弔歌)까지 불러댔다. ‘권주가 대신 장송곡’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으키는 ‘물의(物議)’를 놓고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여전했다. 물의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서 ‘물의’라는 말이 생겼다고 했다. 이 일화처럼, 물의는 술을 마시고 일으켜야 물의다운 물의다.

인터넷 사전을 뒤져보면, 물의는 “여러 사람이 어떤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하는 논의나 평판을 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물의’가 ‘물의’를 빚고 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며칠 전 기자들에게 “걸레질 하는구나” 하는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사무처 당직자에게 “××××야, ×같은 ××야, 꺼져” 등의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같은 당 의원에게 “양아치×”이라고 했다는 주장이 나와서 물의였다. 이 의원은 “혼잣말이었을 뿐 여성 비하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물의’였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문재인은 빨갱이!”,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라는 페이스북 글이 ‘물의’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