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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 '망하고 나면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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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 '망하고 나면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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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2018)’, ‘빅 쇼트(2016)’.

각각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다.

이들 영화는 해당 사태가 터지기 직전 각국 경제·사회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있으면서도 사태 이후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가 달러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민 게 같은 해 11월 21일이다.

당시 동대문운동장역(현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부터 시청역까지 3㎞ 구간의 을지로 지하상가에는 실직 가장(家長)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국내 기업들이 대거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인근 종로, 남대문, 서울역 지하상가 등 겨울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회사에서 밀려 차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장들이 넘쳤다.

2019년 대한민국.

1997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기업들은 경영 실적에서 큰 폭으로 역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도 해가 바뀌면서 비슷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33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1/3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저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 경제 효자 종목이라 일컫는 자동차 업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2012년 영업이익 8조억4369억 원, 순이익 9조563억 원 등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후 현대차는 내리 6년 간 역성장 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2조4222억 원, 순이익 1조6450억 원으로 6년 전보다 각각 71.3%(6조147억 원), 81%(7조4113억 원)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경영진들은 살아남기 위해 피를 말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경영 전략과 신수종 사업,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모두 1400만 원 상당의 임금을 더 달라면서 일찌감치 파업을 예고했다. 2010년대 들어 현대차의 파업 손실액만 9조 원이 넘는다.

소위 '귀족 노조'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밥그릇 키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번 망해 봤다. 이후 망할 뻔 한 위기도 겪었다. 그 고통과 피해, 수모가 얼마나 컸는 지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지난해 모두 문을 닫으면서 현지 모습은 외환위기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20년이 흐르면서 다시 저질 체력으로 돌아갔다.

“망해야 노조가 깨달을 겁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라고 말한 자동차 전문가가 떠오른다.

이제는 현대차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망하고 나면 늦기 때문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