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바람난 며느리가 시누이 눈 가린들…

기사입력 : 2019-05-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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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람난 며느리가 남편이 외출한 틈에 ‘남친’을 몰래 불러들였다. 건넌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깨를 쏟다보니 날이 밝고 말았다. 남친을 내보내야 할 텐데 발각되면 야단이었다.

안방에서는 늙은 시부모와 시누이가 자고 있었다. 시누이는 출가했지만, 친정에 다니러 온 김에 모처럼 시부모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며느리가 문틈으로 방 바깥 동정을 살펴봤다. 시부모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시누이는 벌써 일어나서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남친을 들키지 않고 탈출시킬 방법이 아득했다.

며느리는 진땀을 흘리며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느낌표(!) 하나를 떠올렸다. 남친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사이에 얼른 도망치세요.”

며느리는 소리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가 시누이의 뒤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시누이의 눈을 가리면서 장난치는 것처럼 말했다.
“내가 누구지? 알아맞혀 봐!”

시누이가 며느리 목소리를 모를 리 없었다.

“누구긴 누구야. 언니지!”

그러는 사이에 남친은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수차매목(手遮妹目)’이다. ‘손으로 시누이 눈 가리기’라는 소리다. 못난 짓을 해놓고 들통 나지 않으려고 꾀를 꾸미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에게 이 ‘얕은 수’를 써먹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 중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켰다는 부분을 국내 번역본에서 통째로 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조하고 싶은 ‘확장적 재정정책’ 부분은 고스란히 포함시켰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눈과 귀를 이렇게 막고 있으니, 대통령이 실상을 전혀 모른 채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정권 눈치만 보고 달콤한 소리만 하려는 경제 관료들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재정건전성을 포기하고… 민주당 정권의 ‘재정 집사’로 전락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바람난 며느리가 시누이의 눈을 가린 것은 ‘얄팍한 꾀’에 지나지 않았다. 시누이의 눈을 잠깐 동안 가렸다고 해서 진실이 언제까지나 감춰질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안방에 있던 시부모가 잠결에 목격했을 수도 있었다. 남친이 집을 무사히 빠져나갔더라도, 동네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었다. 하지 않던 행동을 갑작스럽게 하는 며느리를 보고, 시누이가 수상하게 여겼을 가능성도 있을 만했다.

기획재정부는 5000만 국민의 1억 개나 되는 눈을 무슨 수로 가리려고 했는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수차매목’일 수밖에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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