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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는(live) 집’과 ‘사는(buy)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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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는(live) 집’과 ‘사는(buy)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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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2부장(부국장).

요즘 신도시들이 시끄럽다.

1·2기 신도시든 최근 1년새 발표된 3기 신도시까지 마치 벌집 들쑤셔 놓은 듯 이해관계의 상충, 정부 원안과 판이한 조사평가 내용에 해당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탓이다.

사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경기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하는 발표가 나간 뒤 일부 언론에서는 고양시의 여당 국회의원들을 배려(?)한 것이라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고양시의 갑을병정 4개 선거구 가운데 3개(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했다. 고양갑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사법개혁 등을 지지하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버티고 있다.

더욱이 유은혜 의원은 현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기용돼 문재인 정부 내 막강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여부를 떠나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뒤 그 주변의 이전 신도시 주민들이 발끈하면서 지난 12일 파주, 이어 18일 일산에서 잇따라 수백명의 신도시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열고 정부에 ‘3기 신도시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1기 신도시 일산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진행 중인 2기 신도시 파주운정, 인천검단 주민들은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가장 걱정했다.

그리고 현재 외곽 진출입 교통이 불편하거나 미흡해 해당 신도시 주민들이 시간과 비용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데 바로 옆 동네에 신도시 추가조성으로 교통 등 생활편의 인프라의 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공통된 우려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자기이익에만 눈먼 집단이라고 매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새로운 대규모 주택과 생활편의시설 등이 들어서 그것 때문에 교통이용이 더 불편해지고, 더욱이 소중한 자산인 집의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면 누가 찬성하겠는가.

21일 기준 ‘국민 신문고’에 해당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제목이 달린 청원글들이 20건이나 등록돼 있고, 건별 참여자들을 다 합치면 약 5만 4000명에 이른다.

청와대의 답변을 받기 위한 정족수인 건별 청원참여인원 20만명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이는 고양일산, 파주운정, 인천검단 신도시 내에도 ‘3기 신도시’를 받아들이는 찬반의 온도 차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음도 동시에 알려준다.

3기 신도시로 예정된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등 지역에서도 환경영향평가의 결과를 놓고 주민 반발이 거세 결국 정부의 주민설명회가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신도시 간 갈등, 신도시 주민과 정부 간 불협화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 추진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신도시’를 둘러싼 잡음을 보면서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강남개발’ 이후 집(주택)을 ‘사는(live) 공간’보다는 ‘사는(buy) 상품’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물신(物信)적 인식’을 재확인할 수 있다.

좋은 조건(분양가, 인테리어, 입지 등)으로 구매해 이후 최적 또는 최대의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거래상품, 즉 재테크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집이 규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 주도의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의 후유증으로 땅과 주택의 가격, 즉 부동산 가치가 급등했고, 이는 부동산소득의 증가와 불균형을 초래했다.

부동산소득 불균형은 토지·주택의 소유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인토지 소유자 가운데 상위 10%가 전체 개인소유지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도 경제실천정의시민연합(경실련) 자료를 보면, 2007~2017년 10년 사이 다주택 보유자 상위 1%가 보유한 주택 수는 2007년 평균 3.2채에서 10년 뒤 평균 6.7채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땅과 집 실물자산 소유의 빈부차·양극화가 좁혀지기는커녕 넓어지고 있어 그럴수록 일반국민의 실물자산 집착은 반대로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단지 분양에서 계약 취소분 1가구를 차지하기 위해 무려 4만 7000명 가까운 예비청약자들이 몰리고 분양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도 집을 ‘사는(buy) 상품’으로 취급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부동산가격을 잡겠다고 호언하며 ‘고강도’ ‘종합’ 등 수식어를 붙인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대책을 비웃듯 집값, 땅값은 기세좋게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9.13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9.13대책은 가격 끌어내리기라는 1차 효과는 어느 정도 거둔 듯 보이지만, 치명적 실수를 저질러 ‘해피 엔딩’이 어려울 듯 하다.

증여세와 양도세 등의 세율을 올리는 바람에 다주택보유자들이 시장거래를 끊고는 오히려 편법증여 등 뒷거래를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에 걸쳐 여러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정책이 쏟아졌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수요자가 집을 ‘사는 공간’이 아닌 ‘사는 상품’으로 보는 한 정책은 상품의 생존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