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구본무 회장 1주기

기사입력 : 2019-05-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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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가 천수를 다하고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제자들이 모여서 장례 절차 등 사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 제자들을 장자가 타일렀다.

“나는 천지를 관(棺)이라고 생각하고 일월(日月)을 늘어놓은 구슬로, 성신(星辰)을 작은 구슬로, 그리고 만물은 부조로 여기고 있다네. 나를 장사지내는 기구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시신을 그냥 길바닥에 버려두라는 얘기였다. 당황한 제자들이 반대했다.

“까마귀나 솔개가 스승님의 시신을 쪼지 않을까 그게 두렵습니다.”

장자가 다시 말했다.

“땅바닥에 내버려두면 까마귀나 솔개가 나를 먹을 것이다. 땅 속에 묻으면 벌레가 먹겠지. 모처럼 까마귀나 솔개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빼앗아 벌레에게 준다면 그게 또 불공평한 일 아니겠는가.”

장자는 이렇게 격식 따위를 따지지 않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냥 조용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장자는 죽음을 뛰어넘고 있었다.

1년 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그랬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었다.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장례는 화장을 한 뒤 유해를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화담 숲 인근 지역의 나무뿌리 옆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이었다.

화담 숲은 생전에 숲과 새를 좋아했던 구 회장이 직접 조성한 생태수목원으로, 그룹 경영을 구상할 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즐겨 찾던 곳이라고 했다. 숲 이름인 ‘화담(和談)’은 구 회장의 아호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뜻이라고 한다.

구 회장은 직위와 재력에 걸맞게 화려한 장례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도록 하고 있었다. 조용하게 자연으로 돌아가서 영면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랬던 구 회장의 1주기 추모식도 조용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생전에 지나친 의전과 격식을 꺼렸던 고인의 뜻에 따라 아들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기업의 수도권 지역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추모 행사를 가지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간의 눈에는 어떤 추모 행사보다도 아름답고 화려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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