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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슈퍼컴 개발 3년 만에 좌초 위기…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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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슈퍼컴 개발 3년 만에 좌초 위기…도대체 왜?

HW 핵심 인텔 제온파이칩 지난해 8월 단종…주관 KISTI, 10개월 다되도록 팔짱

주관 KISTI는 손놓고 있는 가운데 정부 뒤늦게 "원점베이트 검토중"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한국형 슈퍼컴 개발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았다. KISTI가 맡은 HW분야가 핵심칩(인텔 제온파이) 단종에 따라 개발 표류 상황에 처하면서다. 사진은 단종된 인텔 제온파이 CPU기반으로 만들어진 국가 슈퍼컴5호기 운영주체인 KISTI 모습.  (사진=KIST)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한국형 슈퍼컴 개발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았다. KISTI가 맡은 HW분야가 핵심칩(인텔 제온파이) 단종에 따라 개발 표류 상황에 처하면서다. 사진은 단종된 인텔 제온파이 CPU기반으로 만들어진 국가 슈퍼컴5호기 운영주체인 KISTI 모습. (사진=KIST)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한국형 슈퍼컴퓨터 개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슈퍼컴 하드웨어(HW) 개발용 핵심 프로세서가 단종된 지 10개월이나 지났지만 관련 개발책임 핵심기관은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10개월 가까이 팔짱만 낀 채 방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 연구성과를 국가 슈퍼컴6호기에도 적용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이 한국형 국가슈퍼컴 개발 사업 성과가 산업용 적용은 물론 학계에서 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나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본지가 관련기관, 학계, 업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부)가 10개년 간 매년 100억 원씩 안정적으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한국형 슈퍼컴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3년도 채 안돼 이같은 위기요인을 맞으며 좌초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당초 투입하려던 총 1000억원의 예산도 두 차례 계획 변경에 따라 500억 원 미만으로 축소됐다.

이 상황에서 슈퍼컴 HW 개발을 맡은 KISTI는 거의 10개월 가까이 아무런 대응책 마련없이 팔짱낀 채 이를 방치해 온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6년 4월 발표한 한국형 슈퍼컴 개발 로드맵(자료=미래창조과학부)이미지 확대보기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6년 4월 발표한 한국형 슈퍼컴 개발 로드맵(자료=미래창조과학부)

지난 2016년 4월 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한국형 주요 개발 내용. HW시스템 개발계획은 2차례 수정과정을 거쳐 2022년으로 미뤄졌다.(자료=미래창조과학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6년 4월 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한국형 주요 개발 내용. HW시스템 개발계획은 2차례 수정과정을 거쳐 2022년으로 미뤄졌다.(자료=미래창조과학부)

산학연 소식통에 따르면 KISTI는 한 모임에서 인텔 제온파이 칩 단종으로 인해 “(한국형 슈퍼컴사업이)제온파이에 갇혀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당장 시급한 가장 큰 문제는 슈퍼컴 HW시스템을 구축할 핵심 프로세서가 단종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인텔 제온파이 칩은 국가슈퍼컴 5호기(지난해 상반기 도입완료)에도 탑재됐는데 이 칩 기반 개발성과를 국가슈퍼컴 6호기로 가져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찬열 KISTI 한국형 슈퍼컴 HW개발 단장은 1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후속 방안을 확정한 것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KISTI가 내세운 “이 (슈퍼컴 HW개발)성과를 바탕으로 국가 슈퍼컴 6호기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차질도 불가피하다. 단종된 칩으로 더 향상된 슈퍼컴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단장은 대응 방안에 대해 “CPU와 GPU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또한 과거 KISTI의 행적으로 볼 때 신빙성은 떨어진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4일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HW와 SW(개발 과정상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조금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