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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후지필름 즉석카메라 ‘체키’ 디지털시대에 이례적 연 1천만대 판매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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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후지필름 즉석카메라 ‘체키’ 디지털시대에 이례적 연 1천만대 판매 돌파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식 신선한 체험에 인기급증-아이폰 출시이후 오히려 판매 증가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체키'. 이미지 확대보기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체키'.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체키’가 연간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지필림 체키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년간 1002만대가 팔려나갔다.
1998년에 첫 출시된 이후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체키는 누적 판매량 4400만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간 판매대수가 출시이후 전체 판매대수중 4분의 1에 가깝게 팔렸다. 이는 스마트폰에 밀려 최악의 상황에 몰린 카메라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체키의 매출액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3월기(2019년1월~3월) 결산에서 후지필름의 이미징 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3369억 엔에 영업이익 8.4% 줄어든 511억엔을 기록했다. 체키의 매출액은 이 부문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중요한 캐시카우 중 하나다.

현재 카메라시장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축소되고 있으며 캐논과 니콘 등 대형 카메라 메이커들은 부진한 실적에 고전 중이다. 캐논은 2019년 12월기(2019년 10~12월) 예상매출액을 500억 엔 하향조정했다. 니콘도 2019년 3월기에 카메라 판매부진으로 영상사업에서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18%나 수익이 감소했다.

이 같은 카메라업계의 실적부진은 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가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필요성이 없어졌다. 카메라업체들은 소형경량화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투입하거나 뛰어난 화질을 내걸고 있지만 시장축소를 멈추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후지필름 측은 이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화상데이터를 주고받을 뿐인 사람들에게 셔터를 누르고 필름이 나오는 것이 거꾸로 신선한 체험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키의 판매대수는 아이폰이 발매된 2007년을 계기로 증가추세로 바뀌었다. 스마트폰과 경쟁하지 않고 판매대수가 증가한 것이다.
체키는 촬영후 곧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이벤트 등으로 그 순간의 생각을 메시지로 쓰고 남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된다.

체키 판매대수의 90%가 해외다. 해외에서는 인스탄트 사진시스템 ‘인스택스(instax)’로 불리는 체키는 주로 구미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에서도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원래 체키가 출시된 20년 전에는 디지털 카메라의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어서 현상없이 촬영해 바로 사진이 만들어진다는 즉석카메라 자체에 가치가 있었다. 수요도 견조한 추세를 보여 2002년도는 연간 10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장착 휴대폰이 보급되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초기 붐은 사라졌다. 2004~2008년까지 연간 10만대 정도로 판매가 급락했다.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것은 2007년이다. 한국의 연애드라마에서 체키가 사용되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된 이후 구매문의가 쇄도하고 추억과 기념만들기, 순간순간 즐거운 커뮤니케이션 아이템으로서 부상하면서 두 번째 붐을 맞았다. 2011년에 판매대수가 127만대까지 늘어났다.

201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카메라’로서 ‘미니 8’를 출시했다. 원래 10대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삼은 ‘미니 8’은 판로를 기존의 카메라점과 가전양판점이외에 잡화점 등으로 확대하면서 판매가 급성장했다.

SNS와 친화력도 강점이다. 체키를 휴대하고 촬영하고 있는 모습과 체키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것이 최근 유행이다.

1000만대 돌파는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미국 배우및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모델 기용효과 뿐만 아니라 핵심 타깃인 10대 여성 이외의 사람들도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과 기능성을 추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성인 체키’로 차분한 디자인의 ‘미니 90’과 프리트 출력전에 화상 확인과 편집도 가능한 체키 등도 투입됐다.

후지필름은 “'쉽고 간단하게'라는 체키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성이나 고령자등의 취향에 맞는 라인업을 늘리면서 체키의 저변이 넓어졌다”며 1000만대 돌파의 또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체키 본체의 가격은 8000엔~3만엔 정도다. 또한 체키용 10 매들이 필름은 1000 엔 전후로 판매된다.

체키는 사양화하고 있는 필름사업에서 살아남아 후지필름의 주 수입원이 됐다. 체키는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시대에서도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후지필름의 보물단지로 자리잡았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