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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가보니-고양창릉] 용두동 땅주인 대부분 외지인...주민 '기대감', 상인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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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가보니-고양창릉] 용두동 땅주인 대부분 외지인...주민 '기대감', 상인 '불안감'

작년 후보지 선정 선매물 반영, 토지보상 문의만 쇄도...시세 3.3㎡ 100만~150만원
낙후지 개발, 교통환경 개선에 "환영" vs. 화훼·식당·소농 생계터전 상실에 "반대"
지역상인들 “영업권 박탈…대체용지 마련 시급”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일대 전경. 전방에 희미하게 원흥 도래울지구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일대 전경. 전방에 희미하게 원흥 도래울지구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사진=김하수 기자

정부의 3기신도시 지정 발표 이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일대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주민들이 낙후된 동네가 신도시로 개발된다는 기대감에 들뜬 반면, 이 일대 소농인들과 주변 상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게 돼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30여분을 이동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용두동에 도착했다. 용두동 일대는 정부가 최근 3기 신도시로 선정한 ‘고양 창릉지구’에 속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고양 창릉지구를 비롯해 부천 대장지구 등 2곳을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선정·발표했다.

고양 창릉지구(창릉·용두·화전)는 땅 813만㎡ 면적에 주거시설 3만8000여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택지로, 이중 135만㎡는 자족용지로 조성하고, 330만㎡는 공원과 녹지 등 호수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다.

‘용두사거리’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주택들보다도 넓게 펼쳐진 논밭과 화훼 비닐하우스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인근의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강 모씨(55세)는 “최근 3기신도시 확정 발표 이후 토지소유주들의 기대감이 커지며 토지보상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매물은 지난해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활발하게 거래되다 현재는 거의 모든 매물이 소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13일부터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때문에 토지 매입 문의는 이전보다 줄었다”며 “토지소유주들 대부분이 현지인보다 외부 투자자들로 땅을 가지고 있으면 보상금도 받고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고 말했다. 강 모씨에 따르면 최근 거래된 토지매물가격은 3.3㎡당 140~150만원선이다.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화훼 비닐하우스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화훼 비닐하우스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주민들도 3기신도시 지정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용두동 주민 박 모씨(67세)는 “신도시로 개발되면 도로도 넓어지고 교통편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이를 반대할 주민이 누가 있겠느냐”며 “다만 개발 과정에서 내 땅이 수용되는지, 보상금액은 얼마나 책정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변 모씨(58세)는 “차량으로 서울 은평구와 10여분도 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는데 도로 옆에 인도도 제대로 놓여있지 않을 정도로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교통도 배차시간도 몇십분 간격인 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3기신도시 지정으로 인한 교통망 개선 부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3기신도시 지정을 반기는 주민들과 달리 이곳에서 식당 및 화훼 상가를 운영 중인 상인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더 이상 이곳에서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로변에서 화훼 비닐하우스를 운영 중인 김 모씨(65세)는 “오랜 기간 동안 생업이었는데 이번 3기 신도시 지정으로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인근에 식당을 운영 중인 사장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며 “영업을 할 수 있는 대체 용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용두동에서 60년 이상 거주한 유 모씨(78세)는 “유년시절부터 함께 했던 이 곳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뀌면 나 같이 50여년 간 농사만 지어온 소농인들은 외지로 쫓겨나야 한다”며, “3기 신도시 지정을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용두동 버스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 및 상가들.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용두동 버스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 및 상가들. 사진=김하수 기자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