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삼성…“지금도 좋은데 OLED 전환 왜 서둘러”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 속도를 조절한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자사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한 시장 반응도 폭발적인 점을 감안해 OLED사업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분간 퀀텀닷(QD) 기반 OLED TV 양산 계획을 미루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장과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LCD 굴기(崛起·우뚝 섬)' 로 올해 1분기 대형 패널 시장에서 타격을 입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QD-OLED 투자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역시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CD패널을 생산하는 L8-1라인뿐 아니라 L8-2라인도 올해 8월 내 QD-OLED로 전환하는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LCD 패널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LCD에 비해 원가가 비싼 OLED 전환을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LCD 패널 시장에서 32.43.50인치 패널 가격이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QLED TV 세트 가격은 OLED TV 대비 20~30% 저렴하지만 패널 원가는 약 50%가량 저렴하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가격이 비싼 QD-OLED 패널을 급하게 채택할 이유가 없어 OLED 투자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와 마이크로 LED TV 주가가 높은 것도 삼성이 OLED TV로의 전환에 뜸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TV시장에서 금액 기준 29%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13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또 9일(현지시간)에는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기반 모듈러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로부터 ‘올해 최고의 디스플레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OLED TV 양산품 출하는 빨라야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대한 대비와 프리미엄 TV 시장 확대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OLED 투자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중국발 LCD 위협으로 대형 LCD 사업이 타격을 입고 있어 QD-OLED라인 투자는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성, 고객사 확보 여부 등이 확인되면 대규모 투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용어설명)

-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 별도 장치가 없이 크기와 전압에 따라 스스로 다양한 빛을 내는 수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의 반도체 결정인 퀀텀닷(quantum dot) 소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전계발광현상을 이용하여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형 유기물질.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