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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기업은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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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기업은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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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경총은 무려 ‘123쪽’에 달하는 ‘경영계 종합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여럿 담겨 있었다.

▲근로기준법안(근로시간 단축 보완) ▲최저임금법안(최저임금 제도개선) ▲산업안전보건법안(산업안전 규제) ▲상법안(기업지배구조 개편) ▲공정거래법안(전속고발권 폐지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안(상속세 제도개선) ▲고용보험법안(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의무적용)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등이었다.

지난 5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KBS 1TV에 출연, 김 위원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쟁, 혁신성장 등 3개의 축으로 되어 있으며 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기업들의 하소연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됨에 따라, 한진중공업 근로자들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대법원은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은 연 5조∼6조 원인데 비해, 추가 법정수당은 5억 원 정도로, 매출액의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돈이 빠져나갈 일은 쌓여 있다. 국민연금의 ‘배당압박’이 가세하면서, 배당금 지출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다.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배당금 지출 규모가 30조 원을 돌파, 지난 4년 동안 갑절로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상생협력기금, 이웃사랑 성금 등으로 지출하는 돈도 간단치 않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들은 마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노릇’이다. 그 바람에 가뜩이나 장사하기 껄끄러운 상황에서 투자 등 다른 곳에 쓸 돈은 상대적으로 빡빡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얘기처럼, 정부는 ‘정책기조’를 바꿀 마음이 없는 듯 보이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 ‘방법론’만큼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를 두 가지 경우로 따져보자.

첫 번째 경우는 이렇게 전개될 것이다.

“대기업 때리기→ 임금∙수당 등 지출 대폭 증가→ 고용 압박→ 투자 위축→ 새 상품 개발 부진→ 경쟁력 하락→ 기업 수지 악화→ 고용 축소∙임금 하락.”

두 번째 경우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대기업 때리기→ 투명경영 유도∙기업자금 마구잡이 유출 감시→ 투자 여력 증가→ 새 상품 개발 촉진→ 경쟁력 향상→ 기업 수지 개선→ 고용 확대∙임금 상승.”

첫 번째 경우는, 유권자인 국민에게 ‘통쾌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 ‘표’를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할 수 있다. 일자리도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이 줄고 월급도 깎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자부했던 ‘소득주도성장’도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경우는, 대기업을 때리더라도 경영을 투명하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당장 생색나지는 않을 방법이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고용이 늘고 임금도 따라서 오를 수 있다. 그런 결과 노사관계도 원만해질 수 있다. 세금이 잘 걷히면서 정부가 ‘왕창’ 늘린 공무원 월급을 주는 문제도 무난하게 해결될 수 있다.

똑같이 대기업을 때리더라도 결과는 이처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