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팥죽할멈 이야기

기사입력 : 2019-05-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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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팥죽할멈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목숨을 놓게 된 팥죽할멈이 최후진술(?)을 했다.

“나는 팥죽을 제일 좋아하니 팥죽이라도 쑤어먹은 다음에 잡아먹으면 어떻겠는가.”

팥죽할멈은 팥죽을 한 솥 끓였다.

조금 지나면 죽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팥죽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팥죽할멈은 훌쩍거리며 울었다.

막대기가 와서 말했다.

“나에게도 팥죽 한 사발 주면 못 잡아먹게 해주지.”

막대기는 팥죽을 먹고 나서 샛문 위에 올라가 숨었다.

이번에는 멍석이 왔다. 멍석은 팥죽 한 사발을 먹고 마당에 가서 펼쳐졌다.

지게가 왔다. 지게는 팥죽을 먹더니 마당에 가서 섰다.

송곳이 왔다. 송곳은 부엌 바닥에 섰다.
달걀이 왔다. 달걀은 아궁이 안으로 들어갔다.

자라도 왔다. 자라는 함지 안에 숨었다.

개똥도 왔다. 개똥은 부엌 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침내 호랑이가 팥죽할멈을 잡아먹으러 나타났다.

호랑이는 “어, 추워” 하면서 부엌 아궁이로 가서 불부터 쬐려고 했다.

그 순간 달걀이 터지면서 호랑이 눈을 때렸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서 물러나다가 송곳에 찔렸다. “아이쿠”하고 바닥을 짚다가 개똥을 밟았다.

발을 씻으려고 했더니 자라가 물었다. 당황해서 마당으로 도망치려고 나가는데 샛문에서 막대기가 떨어졌다.

머리통을 맞고 길게 뻗어버렸다.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멍석이 호랑이를 두르르 말았다.

지게가 지고 나가더니 강물에 빠뜨렸다.

어렸을 때 누구나 읽어본 이야기다. 작은 힘이라도 여럿이 똘똘 뭉치면 무서운 ‘호환(虎患)’까지 물리칠 수 있다는 교훈일 것이다.

그래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판은 뭉치기는커녕, 기회만 생기면 편을 갈라서 싸움질을 하고 있다.

그 정치판 싸움에 네티즌이 가세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정당 해산’과, ‘맞불 해산’으로 도배하고 있다.

청와대는 마치 싸움을 방관하는 듯하고 있다. “청원 유입 경로를 살펴봤더니,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자체장까지 휩쓸리고 있다.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농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야당 대표는 ‘물병 세례’를 맞고 있다. 검찰도 갈등이다.

국민은 ‘단결’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해지고 있다. 그나마 ‘소통’을 외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정치판은 지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국론분열죄’다. 분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론을 조각낸 죄’다. 팥죽 한 사발씩 먹으면서 팥죽할멈 이야기 좀 돌이켜볼 일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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