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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험 가입 의무화… 업계, "활성화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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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험 가입 의무화… 업계, "활성화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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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사이버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만 보험업계는 시장 활성화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데다 보험료가 비싸 기업들이 사이버보험 가입 대신 준비금 적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무화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가입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보험, 일명 '사이버보험'에 의무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다음달 13일 시행될 예정이며,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이버보험 가입 의무 대상은 개인정보가 저장·관리되고 있는 이용자수가 전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다.

보험업계는 보험업이 급격한 인구절벽 현상과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 상태인 상황에서 사이버보험 가입 의무화는 반길 만지만, 기업들의 사이버사고 통계가 축적돼 있는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요율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고,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범위가 좁거나 보장 한도가 적어 보험 가입 대신 준비금을 쌓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영역은 기존에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아 사고 유형이나 사고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따라서 보험료율이 높게 책정돼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재보험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인데 가상화폐 거래소 등 리스크가 큰 기업의 경우 재보험사에서 받아줄지 의문”이라며 “리스크가 큰 기업은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텐데 보험료는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준비금 적립을 선택하는 기업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정통망법 개정에 따른 보험가입 의무화 대상을 명확히 정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을 때는 건물 층수, 가게 평수, 업종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그런 곳에 화재보험에 가입하라고 안내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디에 안내를 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다”며 “법률용어로만 설명이 돼있고 실제 대상 사업자의 범위가 확실하지 않아 사업자별로 의무가입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분쟁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해킹을 당해 2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지만 가입했던 현대해상과 흥국화재의 사이버보험으로부터 보상은 받지 못했다. 해킹 피해를 보상할 제3자 재산 담보 보장은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산담보에 가입했더라도 해킹으로 인한 가상화폐 도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상화폐가 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보장 한도는 최대 60억 원으로 실제 해킹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친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