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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폭발 걱정 뚝"…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고체 전지' 실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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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폭발 걱정 뚝"…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고체 전지' 실용화

전기차 확산따라 주목…뛰어난 안전성 외에 대용량화 쉬워
日 TDK·히타치조선 등 용량 적은 소형제품 양산 개시 계획

차세대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의 실용화가 임박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차세대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의 실용화가 임박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전기자동차(EV) 및 사물인터넷(IoT)이 확산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기술적인 진전이 주목을 받게된 부문 중 하나가 배터리다. 특히 차세대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는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실용화가 임박한 상황이다.

누출이나 폭발의 우려가 없어 안전성이 우수하고 뛰어난 것 외에, 대용량화하기 쉬운 것이 특징인 전고체전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 TDK와 히타치조선 등을 필두로 용량이 적은 소형 제품을 양산 개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2020년대 초반에는 전기자동차(EV) 전용의 대용량 제품의 탑재도 시작될 전망으로, 리튬이온 2차 전지의 대체 배터리로 기대된다.
그리고 비록 완전 보급에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는 '전고체전지 개막의 해'로 기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고체전지 핵심 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 절연체 불필요, '안전화·대용량화' 및 '비용 절감' 실현


먼저 현재 가장 친밀한 축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다. 고용량, 고출력, 그리고 고전압을 실현했으며, 다른 전지에 비해 고성능이기 때문에 EV나 스마트폰 등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는 액체상태의 전해질로 채워진 양극과 음극 사이의 '수조'를 리튬이온이 왕래하는 것으로 충·방전을 실시하기 때문에, 액체상태의 전해질이 고온 또는 저온에서 작동되지 않거나, 혹은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야외에서 갑자기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이 제로가 되어 버린다거나, 고온에서 발화 및 폭발한 것 등은 모두 이 전해질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다.

리튬이온 전지의 3배 이상 출력 특성을 가진 전고체 세라믹 전지. 그림은 리튬 전지의 전고체화. 자료=네이처재팬이미지 확대보기
리튬이온 전지의 3배 이상 출력 특성을 가진 전고체 세라믹 전지. 그림은 리튬 전지의 전고체화. 자료=네이처재팬

이에 반해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인 것이 특징이며, 작업 온도는 영하 30℃에서 100℃까지 대응 가능하다. 따라서 작동 온도의 범위가 넓어 안정성을 높였으며, 대용량화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단시간 충전도 가능하다. 특히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쇼트를 방지하는 세퍼레이터(절연)가 불필요함으로써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전고체전지는 20년 이상 저장해도 용량의 90%가 유지되며, 다른 고체 전해질의 조합에 의해 다양한 전고체전지를 설계할 수도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전고체전지 양산, 올해가 첫해로 기록될 전망


이미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전고체전지의 소량 생산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본격 양산화라는 의미에서는 올해가 첫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이 전해질에 세라믹 재료를 이용한 소형 전지다. 주로 전자부품 업체들이 적층세라믹콘덴서(Multi Layer Ceramic Condencer, MLCC)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일본 전자부품 업체 TDK는 전자 기판에 실제 장착하는 칩 형태의 '세라차지(CeraCharge)' 기술을 개발했다. TDK는 이 기술에 대해 "버튼 전지로 대체하면 탑재 기기를 소형화할 수 있고 충전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월 3만개의 샘플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중반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세라믹계는, 후지쯔 계열의 전자부품업체인 FDK도 지난해 12월에 샘플 출하를 시작했으며, 무라타 제작소는 2019년도 내에 제품화를계 획하고 있다. 그리고 용량 등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소형 사물인터넷(IoT) 장비 및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히타치, 유황화합물계 전고체전지 최초로 실용화


한편, 전해질 황화물계의 무기 재료를 사용한 전지도 실용화가 임박한 상태다. 그 선두를 달리는 업체가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악명이 높은 히타치조선이다. 히타치는 두께 0.3mm의 시트 전지를 개발했으며, 올해 상품화를 목표로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유황화합물계의 전고체전지를 최초로 실용화한 업체로 기록될 전망이다.

히타치에 따르면, 자회사에서 다루는 프레스 기술을 활용하여 분말의 전해질을 굳히는 기술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으며, 액체를 몇 번이나 건조해 고체화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우주 공간에서 사용되는 전자 기기 등 특수 용도 전용 전지를 양산한 후 장래 큰 수요가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공급도 고려하고 있다.

도요타 자율주행 셔틀 'e팔레트(ePALETTE)'. 자료=도요타이미지 확대보기
도요타 자율주행 셔틀 'e팔레트(ePALETTE)'. 자료=도요타

전고체전지는 지난 2017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도요타자동차가 2020년대 초반까지 상품화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널리 인지됐으며, 이후 도요타는 2030년까지 자동차 전용 배터리의 개발 및 생산에 1조5000억엔(약 15조39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파나소닉과 개발 및 생산 제휴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전고체전지도 포함됐으며, 현재는 도쿄 공업대학 등도 가세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생산된 배터리는 도요타와 다이하츠, 제휴 관계에 있는 스바루, 마쓰다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 일본이 전지분야 주도권 보유했지만, 지속은 힘들어


현재 세계 자동차 리튬이온 전지의 점유율은 중국의 CATL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나소닉(일본)과 BYD(중국), 옵티멈나노(중국)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는 5위와 7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과 일본, 한국이 거의 대부분을 장악한 셈이다.

그러나 전고체전지 분야에서는 미국이 포함됐다. 최근 EV 선도 업체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벤처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지 분야 기술력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한국 기업, 그리고 최근 기술력 향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 세력까지 전 세계적인 규모로 개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 가운데, 소재 등 최첨단 기술에서 일본이 글로벌 선두 주자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전고체전지의 보급에는, 최적의 재료 탐색을 포함한 기술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외에도 리튬이온 전지와 같이 전극 재료가 되는 희소금속 레어메탈(rare metal)의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과제에서 가장 큰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으며 따라서 향후 전지분야 또한 중국이 쥘 가능성이 높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에 21억엔(약 216억원)에 불과했던 전고체전지 시장은 2035년에 2조7877억엔(약 28조613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유망한 전고체전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은 과연 누가될 것인지, 향후 몇 년간 다양한 소재의 발굴과 실용화를 향한 접목 노력이 미래 시장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