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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칼럼] '백인의 종말', 그리고 트럼프의 '국경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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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칼럼] '백인의 종말', 그리고 트럼프의 '국경 장벽'

김형근 편집위원
김형근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굳이 뿌리를 찾아 백인의 정통 혈통을 유럽의 코카서스(Caucasus)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그냥 알기 쉽게 유럽에서 이주한 피부가 백색인 사람을 백인이라고 생각하자.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는 백인이다. 피부가 하얗다는 것은 보안관 배지나 다름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백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15년 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미국의 정체성을 지켜온 이러한 '백인의 종말'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CI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백인 남자 4명 가운데 1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또는 그리고 히스패닉 계통의 여자와 결혼한다. 백인 여자의 경우는 5명 가운데 1명이 백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때가 이 정도니 지금은 상당히 더 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순수 백인들과 서로 결혼하는 커플은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혼율도 높다. 상황이 이러하니 조만간 순수 백인 혈통은 구경하기 힘들어질 법하다. 혈통은 차치하고 하얀색의 백인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CIA의 이 미래 보고서는 더구나 세계 인구의 20%(10억 명)를 점유했던 백인이 2050년에는 2%로 줄어들어 사실상 백인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충격적 내용을 실었다. 2050년이면 불과 30년 뒤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백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 10여년 전의 통계로 총인구 2억8000만 명 가운데 71.3%인 2억 명이 백인이다. 흑인이 12.2%, 히스패닉 11.9%, 아시아계 3.8%, 원주민이 0.7% 정도다. 그런데 2050년에는 미국마저 다수 인종인 백인과 유색인종이 50대 50이 되고, 그 후에는 백인이 더욱 줄어들어 백인이 소수인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CIA의 미래보고서의 핵심이었다.

여러 문화와 인종이 융합된 이민자의 나라 미국. 미국은 이러한 다수 인종이 섞여 사는 '용광로' 문화야 말로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 문화라고 자랑하며, 이러한 저력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중심 세력은 여전히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이다. 백인우월주의는 바로 그런 상황 속에서 잉태된 이데올로기다.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지속하려는 그 이데올로기의 노력이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경 장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저항은 물론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백인우월주의 이데올로기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그는 최근 중동의 화약고인 골란고원이 이스라엘 땅이라며 마치 새로운 분쟁을 부채질이라도 하려는 모습으로 비난을 사고있다.

중요한 하나가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백인이 만들었다면 그것을 지탱해준 것은 바로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를 비롯한 이민자들이었다. 대체출산율이 1명도 채 안되는 백인의 인구 부족 공간을 채워 오늘날 제조업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한 것이 바로 이민자들이었다.

대체출산율이란 여성 1명당 2.1명의 출산으로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율이다. 다시 말해 결혼한 부부가 적어도 두 명의 자녀는 낳아야 적정 인구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국경 장벽은 멕시코를 비롯한 인근 국가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엄청난 환경파괴를 무시하고 국가 안보를 앞세운 국경 장벽이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스캔들과 함께 그가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백인우월주의 행보가 위험스럽게 보이는 것은 일부의 지적만은 아니다. 남북 회담, 그리고 북미회담에서 우리를 무시하는 그의 오만하고 불손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