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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갑질' 안돼…"금융당국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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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갑질' 안돼…"금융당국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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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와 카드사들의 가맹 수수료율 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대형 가맹점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기대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남아있는 유통, 통신 등 타 업종과의 수수료 협상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향후 카드 수수료 하한선 제도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함께 꾸린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초대형 재벌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불가하다는 현실을 수 차례에 걸쳐 주장한 바 있다"며 "하지만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맞서 수수료 인상을 협상하는 순간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고 규탄했다.

금융권 노조들은 지난해 가맹 수수료율 체계가 손질될 때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춘다면, 대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우월적 지위 등으로 매출액 규모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 통신, 유통 등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을 합리화해야 카드사들의 수수료수익 손실을 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지적에 동감하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의 필요성 인정했다.

막상 수정된 수수료율 체계가 적용되면서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공지하자 가맹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시한을 지난 10일까지 정해놓고 카드사와의 끝장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10일 KB국민·하나·현대·농협·씨티카드 등은 당초 기대보다는 낮은 현대차의 수수료율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지난 11일부터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자사 카드 결제가 막혔고, 신한카드의 경우 13일 끝내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이에 금융권 노조들은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의 협상력에 밀려 기대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며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것이다. 금융권 노조들은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면서도 막상 원활한 협상을 바라며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카드사들의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소식에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막상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회사와 회사간 자유 계약이라며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 노조들은 현대차외에 앞으로 남아있는 타 업종과 수수료율 협상에는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들은 "앞으로 남아있는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와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가맹점들이 그 우월적 권한을 이용해 법과 제도를 어기는 행태를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의 혜택을 위 업종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며 "마케팅 혜택을 많이 본 대형 가맹점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원칙을 인정하고 수수료 인상을 적극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향후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협상을 위해 카드 수수료 하한선 제도와 같은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정책적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며 "지난해 6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 한 마디에 카드수수료 상한선이 인하된 바 있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 만큼 금융위는 이번에 거꾸로 카드수수료 하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수수료율 상한선은 정해져 있는데 하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아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이 협상을 할 때 불리하다는 점을 반영해 이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