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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전두환은 끝내 광주의 아픔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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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전두환은 끝내 광주의 아픔을 외면했다

"이거 왜 이래" 한마디만 던지고 법정으로 들어가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이거 왜 이래” 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였다. 전두환이 광주시민에게 건넨 한마디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두환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이것저것 묻자 이 한마디만 던졌다. 그리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광주시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정말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다.

11일 전두환이 광주지법에 나타났다. 법원 건물 맞은편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전두환이 들어간 뒤부터 초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꼬마들이 ‘전두환 할아버지’를 알 리 없다. 이 아이들한테도 응어리가 맺혔다고 할까. 그럼 전두환은 사과했어야 옳았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도 맞은편에서 재판 내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법정에서 전두환이 졸고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더욱 더 분노했다. “일고의 가치가 없죠. 지가 무슨 민주투사라고 어이가 없는 말이죠. 개나 소가 다 웃는 말이죠.” 한 시민의 얘기다.

전두환이 탄 차량은 처음 들어왔던 후문 출입구가 시민들에 의해서 막히자 정문 쪽으로 경로를 바꿨고 이쪽마저도 시민들이 가로막으면서 한 동안 꼼짝달싹 못했다. 겨우 통로를 만들어 빠져나갔다. 전두환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들렀다가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다음 재판부턴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전두환 측은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두환은 재판장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했고 헤드셋을 쓰고 다시 한번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도 헤드셋을 쓴 채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고 답변했다. 부인 이순자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두환과 나란히 앉았다.

전두환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허위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앞서 전두환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두환의 나이 88살이다.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진정한 사죄가 그렇게 어려운가 묻고 싶다. 역사는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데.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