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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현대차 수수료 협상 불씨 여전…인상은 했으나 역진성 해소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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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현대차 수수료 협상 불씨 여전…인상은 했으나 역진성 해소는 '글쎄'

아직 합의 못한 신한·삼성·롯데카드 협상력 '흔들'...타 업종도 예의주시
수수료 인상해도 역진성 해소 우려 여전히 남아
이번 협상 후폭풍 계속…백화점 등 협상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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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일부 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와의 가맹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협상은 처음 요구했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동안의 사례와 다르게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시켰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다만 일부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 타결은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의 협상력에 금이 갈 수 있다. 또 근본적으로는 현대자동차가 매출액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율을 내는 '역진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향후 백화점, 대형마트, 통신 등 줄줄이 남아있는 타 업종과의 추가적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카드사들-현대차 수수료 협상 타결…'인상' 선례 남겨

11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 현대차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이 마무리됐다.

당초 요구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현대차의 가맹 수수료율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업 카드사들과 농협, 씨티 등 겸영은행들은 지난 1일자로 수수료율을 1.8%대에서 1.9%대로 0.12~0.14%포인트 올리겠다고 하자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가 반발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0일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가맹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히며 협상을 이어갔다. 수수료율 인상폭을 0.01~0.02%포인트로 제시했으나 이후 0.04~0.05%포인트까지 조정하는 방안으로 수정됐고, 일부 카드사들이 협의를 통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합의점에 이른 카드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도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사와 현대차가 중간 접점을 찾은 결과"라며 "수수료율을 높인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만해도 현대차가 카드사들의 복합할부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며 신한·비씨카드에 가맹계약을 취소 통보하는 바람에 해당 부문에 대해 수수료율이 낮아진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각각의 카드사들이 현대차와 협상을 통해 근본적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소폭이나마 인상하도록 이끌어낸 것이다.

◆수수료 협상 타결에도 '역진성' 해소 어려워

이처럼 일부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 타결을 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신한·삼성·롯데카드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가 개별적으로 카드사들과 협상한다고 해도 일부 카드사들이 당초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아직 협상중인 신한·삼성·롯데카드 3사의 협상력에 금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협상 기한인 10일이 지나면서 해당 3사에 대해 대리점에서 결제 할 수 없도록 공지를 하면서 남은 카드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남은 카드사들은 합의에 이른 다른 카드사들을 의식해 현대차의 조정된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이자니 매출액에 비해 적은 수수료율을 받는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소비자 불편을 감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협상을 타결해 다행"이라면서도 "업계 전반적으로는 역진성을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협상을 통해 카드사의 수수료율을 충분히 높이지 못하면 향후 다른 업종과의 협상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수수료율을 소폭이나마 높여 타 업종에도 이같이 수수료 인상의 필요성을 피력할 수는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수료 인상폭이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높이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일부 카드사들이 일탈해 협상을 마무리했다"며 "당초 카드사들이 현대차에 제시한 방안이 적용이 돼도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여기서 물러나면 다른 업종과의 협상도 불보듯 뻔하다"며 우려했다.

◆대형 마트·백화점 협상 줄줄이 남아…타 업종 '예의주시'

일부 카드사들이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카드사들간 협상이 차이를 보이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상을 참고하겠지만 업종별로 수수료 적격비용(원가)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별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시) 카드사가 같은 업계 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카드사가 상이한 현대차의 수수료 협상 행태를 꼬집었다.

특히 마트, 백화점 등은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들은 전업 카드사 모두가 골고루 많이 결제가 이뤄지는 업종이라 자동차업계 못지 않게 강경한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안은 비용 부담이 크다. (최근 수수료 협상이 타결된)오픈마켓,홈쇼핑 등 온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중심의 자사는 사정이 다르다"며 "카드사들과 유통업체들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그릴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례를 봐도 카드사간 협상이 자동차업계에 대비 오래 걸리는 등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2015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손질로 카드사들이 2016년 1월에 유통업계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부 유통업체는 약 5개월 후인 6월에서야 8개 전업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율을 종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