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미워할 수밖에 없다. 매를 번다고 할까. 나는 그동안 칼럼을 통해 수 차례 조국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정수석 적임자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야당도 조국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조국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임하고 있는 까닭이다. 조국이 호위무사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국은 9일 새벽 공개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방송에 나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면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가) 공수처를 만들어 야당을 탄압할 것이란 야당 주장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야당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야당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야당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 호위부’로 기능할 것이라며 야당에 선전포고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지난 대선 민주당 공신록에 오른 조해주 중앙선관위원을 국회 인사청문절차도 패싱하며 임명을 강행했는데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정치적 중립성 유지는커녕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것"이라며 "조 수석의 발언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 호위부'로 기능할 것임을 선전포고하는, 야당에 대한 겁박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조국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야당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알고 출연했을 것으로 본다. 의도적이라는 뜻이다. 공수처를 만들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무 수석이 코드 방송에 나와 이렇게 얘기하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청와대의 오만, 여당의 오만, 무소불위한 대통령 권력의 통제 불능과 횡포가 이 정부 들어 너무나 심각하게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세했다.
조국에게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뜻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떤 야당이 그대로 받아들이겠는가. 삼척동자에게 물어보라. 어설픈 정권의 민정수석을 자임하는가.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