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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디지털 혁신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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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디지털 혁신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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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카드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정태영 부회장보다 더 혁신적인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You will not meet anyone more innovative than Ted)"

IBM의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회장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Moscone Center)에 모인 6500여명의 관객들에게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회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8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IBM이 전세계적으로 진행하는 행사 중 가장 큰 컨퍼런스인 ‘IBM THINK 2019’ 중 회장 기조연설(Chairman’s Address) 프로그램에 초청 받았다.

회장 기조연설은 로메티 회장이 직접 진행하는 총 5일간 진행되는 IBM THINK 행사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표적인 행사다. 최신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물과 1대1 대담 형식으로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이번에 초대된 기업들은 현대카드를 비롯해 AT&T, 레드햇(Red Hat) 등 총 5곳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 기업인 최초로 참여했고, 대담은 약 15분간 진행됐다.

정 부회장이 초대된 것은 현대카드가 이제 인공지능(AI)와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를 적극 도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로메티 회장이 직접 소개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에서도 정태영 부회장의 혁신적 경영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대담에서 15년 전 처음으로 금융업에 몸담았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브랜딩과 마케팅, 디자인에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브랜딩과 마케팅만으로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돼 4년 전부터 디지털로의 대규모 전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혜택은 카드 상품을 개발한 담당자들조차도 기억하기 쉽지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한편, 상담직원들의 이직률과 교육 비용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챗봇 ‘버디(Buddy)’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버디는 이제 상담센터를 지원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되었으며, 상담원들의 이직률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버디’는 지난 2017년 현대카드가 IBM과 함께 개발한 챗봇 서비스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왓슨(Watson)기반으로 챗봇을 도입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버디’는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학습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한 구상도 밝히며 ‘초 맞춤형(Super Customization) 서비스’에 대해 소개했다. ‘초 맞춤형 서비스’는 다양한 채널 중에서도 고객 맞춤 채널을 통해 적재적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로 도입되는 개념이다. 이 서비스의 도입을 위해 현대카드는 규모가 크고 고도화된 데이터 레이크와 알고리즘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도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블록체인의 유연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동기화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에 하이퍼렛저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 IBM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렛저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분산 원장∙스마트 계약∙그래픽 인터페이스와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등 비즈니스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현대커머셜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급 체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제조사에서 유통망을 거쳐 고객에게 이어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메티 회장이 그간 현대카드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묻는 질문에 정 부회장은 "디지털 혁신은 도래했고,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무기의 패러다임이 창에서 화약으로 넘어간 17세기와 유사하다"며 "성패는 누가 먼저 화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