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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해야"…여신협회까지 '이례적' 총공세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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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해야"…여신협회까지 '이례적' 총공세 나선 이유

여신금융협회, 2014년 복합할부 수수료 때와 달리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입장 밝혀 "이례적"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상 수용을 위해 카드사는 물론, 카드업계를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 1·2금융권 노동조합들까지 금융권이 총공세에 나서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신금융협회는 과거 사례와 달리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안 수용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아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이 카드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이자 반드시 대형 가맹점에게 관철시켜야 하는 이슈라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 진행중인 자동차업계와의 수수료 협상의 경우 이번 결과가 향후 백화점·대형마트·통신사 등 다른 업종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더욱 그렇다.

◆ 카드사·여신협회·노조까지 금융권 '총공세'…자동차업계에 맞불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금융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여신금융협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권 노조들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협회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안은 금융당국, 가맹점, 소비자(카드회원), 카드업계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가맹점 수수료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라며 "이번 카드사의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 조치는 지급 결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 관계자 중 어느 일방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대형 가맹점도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업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자동차, 백화점, 대형마트, 통신 등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가맹점들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인상을 반대하고 있어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의 협상이 진행중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의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수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고, 현대·기아차 등은 카드사와의 가맹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과 자동차업계와 협상의 경우 이번주가 최대 고비로 알려진 가운데,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로 가맹 계약이 해지되면 빠르면 다음주부터 당장 자동차 대리점 등에서 신차를 구입할 때 특정 카드는 결제가 불가능할 수 있다.

◆ 여신협회의 입장 발표 '이례적'…"자동차 수수료 양보하면 다른 업종도 영향"

특히 과거와 달리 카드업계 이슈에 이익 단체인 여신금융협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가맹점에게 수수료 인상안을 수용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14년 말 현대자동차와 카드사간 복합할부 수수료 문제 때에도 여신금융협회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현대차는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던 신한·비씨카드에 가맹 계약을 취소 통보하는 바람에 당초 요구했던 수수료율보다는 낮게 적용됐는데도 말이다.

이번에 협회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카드업계의 입장을 옹호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자동차산업협회까지 나서 성명을 내는 등 자동차업계의 강한 반발과 함께 카드업계가 협회에 갖는 기대감 등도 작용해 이번에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 2014년에 수수료 관련 얘기가 있을 때는 공정거래법상 가격을 결정할 때 사업자 단체가 끼면 안된다는 조항 있어 담합 관련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이미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고, 이미 카드사가 수수료율 인상분에 대해 통보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손질하면서 우대 수수료를 받는 중소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많은 고객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가맹점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발휘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역진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간의 자유 계약에 의해 수수료가 결정되지만 마케팅 비용 등 일부 비용을 대형 가맹점도 분담해야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이번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과 함께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른 유통 업종과 협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카드업계는 이번 협상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와의 협상 결과 사례를 다른 업종의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다른 업종들이 이번 협상의 추이를 보고 대책 마련 등을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금융권 노조들은 그동안의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던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카드사의 수익이 크게 타격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카드사 전체 수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수익 감소는 궁극적으로 금융사의 비용 감소로 이어져 금융사 직원들의 인력 감축, 근로 조건 등 카드업계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