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31일 치러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까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일부 여론 조사에서 코미디언 출신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41)가 선두에 오르면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비리가 만연한 우크라이나에서는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제렌스키의 지지율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3위에 오른 것이 많은 포르셴코 대통령(53)을 포함한 3명에 의한 싸움의 구도이지만, 어느 후보의 득표도 과반수가 되지 않고, 상위 두 후보의 결선투표(4월21일)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티모셴코는 지난 2004년 반정부 운동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었지만 총리 시절(2005년, 2007~2010년) 지도력이 의심받고 있다. 현직인 폴로셴코는 경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그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주역을 담당하는 젤렌스키다. 그는 어떤 교사가 돌연 대통령이 된다고 하는 프로그램의 줄거리 같은 성공스토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에서 비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구미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독자적인 논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평론가 페센코는 “국민이 정치엘리트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 젤렌스키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젊은 층이나 무당파 층을 중심으로 지지가 확산된다면 결선투표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젤렌스키의 출마를 둘러싸고 출연 프로그램의 텔레비전국을 소유한 기득권층을 상징하는 재벌오너 코로모이스키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억측과 젤렌스키가 관련된 기업이 러시아와 거래하고 있다는 등의 악재도 돌출하고 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