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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대표 평양행…미군기로 서해직항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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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대표 평양행…미군기로 서해직항로 이용

'비핵화 조치―상응조치' 조합 집중 논의…김정은 만날지 주목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일 오전 방북했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북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나선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해 1차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열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건 대표가 직접 평양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비건-김혁철 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것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오산 미군기지에서 미군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행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양측은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방미 당시 워싱턴에서 만났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3일 오후 한국을 찾았으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나 대북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미국무부는 5일 이번 회담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미북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한 '완전한 비핵화' 등 약속에 대한 추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실무협상에서 2차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알파'(+α)와 그에 대한 미국 측 상응 조치의 조율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상응 조치로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논의, 대북 투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5일 RFA에 "미북 간 실무협상이 판문점이나 제3국에서 열릴 때 미국 측 제안 혹은 협의에 대한 북측의 대답을 받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평양 실무회담이 이런 측면에서 더 효율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평양 실무협상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합의문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하고 "비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차원에서 비건 대표를 만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올해 2차 정상회담은 지난해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다소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설 신고,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로드맵 즉 청사진과 시간표 제시 등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들은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비건 대표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 측 상응조치를 비롯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deliverables)를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