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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대수술, 은행권 '벙어리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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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대수술, 은행권 '벙어리냉가슴'

기준·가산금리에 가감조정금리 공시
신코픽스(COFIX) 도입 등 금리인하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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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당국이 대출금리를 대폭 손질하며 은행권이 초긴장상태다. 대출금리 마진축소로 수익성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국의 대출금리 산정까지 메스를 대며 은행권도 규제리스크 먹구름에 휩싸였다. 결제성자금과 기타예수/차입부채를 포함하여 산정할 경우 잔액기준 코픽스(COFIX)는 현행보다 27bp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출기준금리 자의적, 불투명 판단…금리산정내역 공개


당국이 은행대출 금리에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는 지난 22일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출기준금리가 자의적이고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마련된 방안인 만큼 대출금리산정 기준이 금리인하 쪽에 초점이 맞춰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크게 대출금리 산정내역공개, 신코픽스(COFIX) 도입 등 크게 두 가지다. 소득, 담보 등 기초정보를 포함함으로써 소비자는 본인이 제공한 기초정보가 대출심사에 반영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권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서류 만으로는 대출금리의 구성 및 대출금리 산정시 소비자가 제공한 정보(예: 소득 등)가 대출금리 산정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알아야 할 핵심사항(기초정보 + 금리정보)이 포함되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작성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토록 의무화했다. 특히 금리정보는 최종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를 구분하되, 이 가운데 가감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전결금리를 별도로 구분함으로써 금리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산정에서 일종의 원가를 공개한 셈이다.

또 신용도 변화 등의 경우 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 내용을 명기했다. 대출계약의 체결•갱신•연장시, 금리인하요구에 따른 기초정보 변경시, 변동금리대출의 금리변동주기 도래시 내역서도 제공된다.

◇신코픽스 적용,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

신코픽스(COFIX)의 도입도 눈에 띈다. 코픽스(Cost of Funds Index, COFIX)는 자금조달비용지수로 8개 은행이 시장에 조달하는 8개 대상상품(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CD, RP,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자금의 평균비용을 가중해 발표한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된다. 여기서 코픽스는 대출의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코픽스 도입 이후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주요 기준금리로 활용돼 코스픽 금리변동에 따른 대출자의 체감도는 높다.

신코픽스의 핵심은 결제성자금 및 기타예수/차입부채를 포함한 잔액기준 코픽스로 변경하는 것이다. 전체 대출재원의 비중은 결제성자금 18.6%, 기타예수/차입부채 15.2%를 차지한다.

금융위는 결제성자금과 기타예수/차입부채를 포함하여 산정할 경우 잔액기준 코픽스는 현행보다 27bp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픽스가 은행이 대출을 위해 실제 조달하는 자금의 비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며 “대출재원으로 쓰이는 일부 결제성자금을 포함하더라도 새로운 코픽스의 변동폭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방식도 손질했다.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는 잔여일수 체감방식으로 잔여기간이 짧을수록 수수료율은 체감된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중도상환시 이자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가 확실시된다.

예상 밖으로 대출금리에 대한 높은 강도의 규제가 발표되며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금리의 원가를 공개한 격”이라며 “시장은 물론 개인의 소득, 여타 은행들의 금리 등 여러상황을 종합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데, 당국이 대출금리에 지침을 내려 경쟁력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은행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중장기적으로 악재라는 지적이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되었던 규제강화의 측면보다 소비자보호 측면이 강하나 어쨌든 원가상승의 이유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잔액기준 코픽스 적용 대출이 일시에 모두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가 적용된다는 보수적인 가정하에서도 은행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2% 미만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추세적인 금리 상승국면이 발생하고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기준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