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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페르노리카코리아에 쏠린 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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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페르노리카코리아에 쏠린 눈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년초부터 난리다. 주류업계 얘기다. 사실 이 난리는 수년전부터 있어왔다. 웰빙 바람에 주류시장이 위축되면서 매출도 떨어졌다. 난리의 시작이다. 야심차게 한국시장을 공략했던 해외 위스키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주 맥주에 비해 더 안 먹는 술이 됐다. 특히 부패방지법 이후 더 심화됐다. 위스키 업체들이 맥주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1994년,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임페리얼’이 한국 시장에 론칭했다. 출시 후 10년도 넘게 대박이 났지만, 2010년 이후 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결국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직원 감축의 부메랑이 됐다. 실적 악화에 따른 사 측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합의 없이 진행된 구조조정이라고 맞섰다. 당연히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력 투쟁할 것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발표 당일부터 개별면담을 진행하는 등 조기희망퇴직에 대해 직원들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이다.

곱씹어 볼 것은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내놓은 조기희망퇴직 조건이다. 약 120여명의 조기희망퇴직 신청자들을 위한 퇴직 위로금은 500억원이다. 법정 퇴직금을 포함해 최대 69개월 치 임금을 지급해 주기로 했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조건이다. 2018년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평균 1인당 연봉은 약 1억1800만원에 달한다. 휴가 수당과 복지 포인트 등 다양한 직원 복지 제공으로 유명하다. 노조 측은 지난해 회사 상황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11%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2015 회계연도부터 프랑스 본사로 매년 고배당금을 송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매각 결정은 오직 한국 근로자만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탐욕”이라고 비난했다.

노조의 주장대로 라면 매출이 계속 떨어지며 힘든 상황에서 이익에 5배가 넘는 퇴직 위로금을 만들어 희망조기퇴직을 하고 있는 회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만약 희망조기퇴직이 실패한다면 그 뒤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어떻게 될까.

분명한 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침체된 한국 위스키 시장의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이번 결정은 부득이한 선택이다.

실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미 휴업, 철수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모두 완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천 공장 또한 임페리얼 사업을 정리했다.
외국계 주류 기업이 한국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당시 모엣헤네시코리아로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MH샴페인즈&와인즈 코리아는 매출 부진을 이유로 한국 법인을 철수했다. 이후 MH샴페인즈&와인즈 코리아로 사명을 변경, 2011년 새롭게 한국 법인을 출범했다. 모엣헤네시코리아의 철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례로 미뤄볼 때,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이번 결정은 장기침체를 겪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한걸음 도약하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임페리얼 브랜드 판권 매각과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