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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애플에 맞추려 매년 2800억원 투자”…어떤 요구였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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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애플에 맞추려 매년 2800억원 투자”…어떤 요구였길래?

애플은 "퀄컴이 머리에 총 겨눈 느낌받고 불리한 계약”

퀄컴이 애플의 새로운 칩요구에 맞추기 위해 해마다 약 2800억원의 연구비를 썼다고 증언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퀄컴이 애플의 새로운 칩요구에 맞추기 위해 해마다 약 2800억원의 연구비를 썼다고 증언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애플의 칩 요구에 맞추기 위해 매년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의 연구비를 썼다.”

퀄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소송을 당한 가운데 재판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FTC는 퀄컴을 통신칩 판매시 지배적 지위 남용, 그리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특허에 대한 과도한 로열티 요구 혐의 등으로 제소했다.
폰아레나는 18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법에서 속개된 FTC와 퀄컴의 재판 과정에서 이같은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재판은 지난 4일 시작됐으며 최종변론은 2월1일부터 시작된다.

FTC는 루시 고 판사가 주재하는 재판 심리 첫 6일 동안 퀄컴이 자사의 특허 라이선싱 관행을 통해 독점권을 보호받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FTC 증인으로 애플, 삼성전자, 에릭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소송건의 핵심은 ‘퀄컴 라이선스를 받지 않으면 칩을 주지 않았다(No License, No Chips)’는 정책과 함께 ‘퀄컴이 요구하는 로열티가 퀄컴을 독점적 지위로 만들어 주었는지’에 달려있다. FTC는 퀄컴의 이러한 정책이 정당한 시장경쟁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퀄컴은 “고객이 퀄컴 칩을 거부당한 적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제조업체들도 퀄컴칩이 경쟁사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이 칩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퀄컴 "애플이 요구하는 별도의 칩 연구개발비 막대한 규모"

퀄컴은 자사 제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연구개발(R&D)를 수행하기 위해 라이선스에서 나오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제임스 톰슨 퀄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법원 증언대에 서서 이 지출비용이 얼마나 비쌀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그는 선서 후 퀄컴이 애플을 위해 자사 칩모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연간 2억5000만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톰슨 CTO는 “애플이 매년 새로운 칩을 요구했으며 애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매년 부품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은 매년 우리에게 새로운 칩을 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카드사업부의 예를 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고객들의 경우 그들은 매년 우리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해주길 원치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퀄컴 칩 판매의 두가지 논란은...특허 묶음 판매와 절대가격 아닌 단말기값 비례 로열티

애플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퀄컴 모뎀 칩만 애플 제품에 적용했다. 다음 2년 동안 애플은 퀄컴과 인텔칩을 동시에 사용했고 2018년에는 인텔 모뎁칩만 독점 납품받았다. 그리고 내년에 나오는 5G통신 아이폰에서는 자체 설계한 모뎀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FTC가 우세하게 된다면 퀄컴은 자사의 많은 칩판매 관행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앞서 퀄컴은 이 재판 변론을 통해 “애플이 먼저 매년 10억달러를 달라고 요구해서 그 돈을 애플에 지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퀄컴이 자사 칩을 애플에 독점 공급하기 위해 먼저 돈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첫 공판에서 퀄컴에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4일 FTC의 증인으로 나온 칼 샤피로 버클리대 교수는 “퀄컴이 독점력을 사용해 특허를 라이선스하는 업체들에게 비정상적으로 많은 금액을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FTC 주장의 핵심은 퀄컴의 이른 바 ‘라이선스하지 않으면 칩을 주지 않는다(No license, no chips)‘는 정책과 관련돼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 통신용으로 사용되는 모뎀칩을 판매하고 있다. 무선혁신의 최첨단 기업으로 여겨지는 퀄컴 칩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퀄컴과 특허라이선스 협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 제조업체는 퀄컴기술로 된 광범위한 특허라이선스를 한꺼번에 사도록 돼 있다. 둘째, 퀄컴은 최종 단말기의 판매가격에 비례한 로열티를 칩 특허사용료로 받는다. 물론 라이선스비를 내는 것은 칩제조업체가 아닌 스마트폰 제조사다.특히 애플과 삼성전자같은 고가폰용 칩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들이 휴대폰 총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매겨온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고가포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저가폰을 내놓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같은 비율의 로열티를 받아도 낮은 단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낮은 비용을 내도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애플이 라이선스를 부여받는 퀄컴칩 가치의 일부만을 사용해 로열티를 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플 “‘퀄컴이 머리에 총 겨눈듯한 느낌속에서’ 계약했다”

퀄컴은 오랫동안 4G LTE의 선두 주자였으며 초기 5G 시장에서도 경쟁 업체보다 앞서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14일 지재권 컨설턴트로부터 퀄컴의 ‘필수 표준특허’ 사용료가 너무 높다는 증언을 들었다. 이들 특허는 제조업체가 제품의 기술 표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라이선싱 되는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방식으로 부여돼야 한다. 하지만 퀄컴은 이 방식으로 필수 표준특허 가격을 책정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증언대에 선 컨설턴트는 멀티 모드 LTE 모뎀에 대한 로열티 비율은 6%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특허는 제조된 제품들이 기술적 표준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라이선스 해야 하는 특허들이다.

이에 대해 제프 윌리엄스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증언에서 애플이 부품가격 30달러를 기준으로 5%(1.50달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신 애플은 이 칩이 들어간 각 아이폰에 대해 7.50달러를 지불했다고 했다. 그는 “애플이 지난 2013년 퀄컴과 맺은 계약에서 퀄컴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퀄컴과 (이 조건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