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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SKY캐슬에 사는 제약사 영업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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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SKY캐슬에 사는 제약사 영업사원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영업비는 자존심이다. 영업비 차이에 따라 매출도 급변한다. 회사가 영업비를 삭감하거나 줄이면 영업사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얼마 안 되는 영업비로 의약사를 만나려니 정작 영업사원들의 등골만 휘기 때문이다. 영업비는 주로 교통비와 식대에 쓰이는 돈을 말한다. 최근에는 영업비가 변질돼서 의약사들에게 뒷돈을 주는 리베이트 창구로도 사용된다. 물론 극히 일부 제약사 얘기다. 어쨌든 영업사원들은 이 영업비에 목숨을 건다. 영업비가 많고 적음에 따라 좋은 제약사 혹은 나쁜 제약사로 구분되기도 한다.

“너희 회사 영업비 얼마줘? 우리 이만큼 주는데? 그래 좋겠다. 우리는 엄청 짜. 영업비도 얼마 안 주면서 영업실적 압박은 또 얼마나 심한지…” 영업비에 대한 영업사원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대략 이렇다. 최근에는 제약사 공통으로 영업사원들의 영업비를 줄이는 추세다. 수십만원을 주는 곳도 여전하지만, 평균 1인당 하루 3만원에서 5만원 수준이다.
년 초부터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나섰다. 사실 사기진작인지 저하인지 모르겠다. 실적상승율과 목표달성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건 부작용이다. 직원들에게 포상 제도를 실시하는 곳들은 최근 3년 새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거나, 관련자가 처벌 받았던 곳들이다.

제약사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선의의 경쟁이라는 건 없다. 인기드라마 SKY캐슬에서 김주영 선생이 혜나를 캐슬로 들인 이유는 일종의 보호 장치였다. 혜나가 강준상(예서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김주영 선생의 표독한 지략인 거다. 그런 사실을 숨긴 채 예서엄마 광미향에게 김주영 선생은 선의의 경쟁을 내세웠다. 혜나를 들여야만 예서가 서울대 의대를 합격할 수 있다고. 선의 경쟁은 예서의 실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선의의 경쟁은 없었고, 혜나는 결국 죽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선의 경쟁은 예서와 혜나 같은 관계다. 년 초 다양한 인센티브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다.

부작용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로 엮인다. 중견 제약사 휴온스는 의약사들에게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 때문에 2017년 초 부산동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국제약품도 2017년 9월 말 불법 리베이트 정황으로 경찰(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특정할 순 없지만 누가 봐도 성과급제가 불법을 양산할 수 있다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사기진작 차원이라는 말도 빛 좋은 개살구다.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영업사원들은 피터질 게 뻔하다. 경쟁에선 진 영업사원들의 사기는 어떡할 건가.

오너 리더십에 한계다. 우수사원에게 신형 그랜저를 주고, 해외를 보내며 순금도 줘보지만 그들의 로열티는 더 떨어진다. 안 주는 곳보다 낫다는 반문도 그만해라. 피말리는 경쟁으로 단 몇 명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차라리 다 같이 함께 살겠다는 이들이 더 많다. 년 초 일부 제약사 국제약품 휴온스 일동제약 한독약품의 빗나간 포상제를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