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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U 이탈안 하원서 큰 표차로 부결…메이 총리 최대 정치적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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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U 이탈안 하원서 큰 표차로 부결…메이 총리 최대 정치적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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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EU이탈(Brexit)안을 부결시켰고, 야당은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대패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인투표에서 찬성 202표는 보수당 196표, 노동당 3표, 무소속 3표 등이었다. 반대 432표는 노동당 248표, 보수당 118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으로 집계됐다. 집권 보수당의원 중 118표가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제1야당 노동당의원 중 합의안을 지지한 이는 3명에 그쳤다.

영국의 EU 이탈 시한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의회의 부결로 그 연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탈안은 아일랜드와의 국경관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이 EU를 이탈한 뒤에도 EU의 관세동맹에 남겠다고 명기한 부분에 대해 여권 내 강경 이탈파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상 상대방인 EU는 이날 합의안 부결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합의 없는 이탈’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오늘 저녁 투표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영국 의회표결 결과에 대해 유감 입장을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여전히 질서 있는 EU이탈을 위해서는 합의안에 대한 비준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합의 없는 이탈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16일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 BBC 방송은 16일 오후 7시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조기총선은 25회기일 내에는 열릴 수 없다.

메이 총리는 만약 의회가 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다면 보수당 내 동료의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은 물론 의회 내 각 당 지도부와 함께 합의안 통과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business motion) 개정안을 존중, 이날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