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EU이탈(Brexit)안을 부결시켰고, 야당은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대패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EU 이탈 시한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의회의 부결로 그 연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탈안은 아일랜드와의 국경관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이 EU를 이탈한 뒤에도 EU의 관세동맹에 남겠다고 명기한 부분에 대해 여권 내 강경 이탈파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상 상대방인 EU는 이날 합의안 부결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합의 없는 이탈’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오늘 저녁 투표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영국 의회표결 결과에 대해 유감 입장을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여전히 질서 있는 EU이탈을 위해서는 합의안에 대한 비준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합의 없는 이탈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16일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 BBC 방송은 16일 오후 7시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메이 총리는 만약 의회가 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다면 보수당 내 동료의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은 물론 의회 내 각 당 지도부와 함께 합의안 통과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business motion) 개정안을 존중, 이날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