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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中, EV 시장 패권 도전 …볼턴 "약탈적 행위, 美 국가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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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中, EV 시장 패권 도전 …볼턴 "약탈적 행위, 美 국가안보 위협"

중국과 러시아, 미국의 아프리카에서 투자 기회 방해
불투명한 합의 등 '빚더미 외교'로 속국 상태 빠뜨려

코발트는 현존하는 전 세계의 IT 및 자동차 기업들이 선호하는 주요 광물 중 하나다. 자료=엠네스티이미지 확대보기
코발트는 현존하는 전 세계의 IT 및 자동차 기업들이 선호하는 주요 광물 중 하나다. 자료=엠네스티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에서의 강연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항하는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을 발표했다.

볼턴은 강연 중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금융 및 정치적인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시키는 등 약탈적인 행위로 아프리카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적 자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아프리카에서의 투자 기회를 방해한 데다, 미국의 군사 활동마저 간섭했다"며 "양국의 약탈적 행위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에 대해서는, 뇌물이나 불투명한 합의를 내용으로 '빚더미 외교'로 아프리카 각국을 속국 상태에 빠뜨렸다고 비판하는 한편, "중국의 가장 큰 목적은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EV 패권을 향한 중국의 야심과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노력에 대해 정리했다.

■ 중국의 'EV 패권'과 차세대 EV용 '전지 확보' 전략


중국 당국은 최근 전기자동차(EV) 시장에서의 '강국'을 국가 핵심 목표로 삼은 이후 제조업 진흥 정책 '중국제조 2025'에서 EV 산업을 중점 분야의 하나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리고 EV 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를 장악하기 위해 전 세계의 코발트 확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 EV에 필수적인 리튬이온 전지의 원료인 코발트를 과점하려고 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산업 구성은 리튬 코발트 옥사이드 배터리(Lithium cobalt oxide batteries)가 29.5% 비율로 가장 높고, 이어 리튬니켈 매그니스 코발트 배터리(Lithium nickel manganese cobalt batteries)는 27.5%, 리튬이온 포스페이트 배터리(Lithium iron phosphate batteries)가 21%를 차지하고 있다. 즉 절반 이상이 코발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올해 초 기사에서 "현재 코발트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2040년에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자동차 중 3분의 1을 전기자동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코발트를 과점하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또한 8월 보도에서, 코발트를 '21세기의 석유'라고 표현하고 "중국 당국은 이 귀중한 희귀 공급망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코발트의 국제 거래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4배가량 급등했다.
코발트 생산량 세계 1위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2017년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중요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중국 기업은 콩고의 코발트 채굴 기업에 대한 인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콩고에 있는 코발트 채굴 기업 14개사 중 8개가 중국 기업의 산하에 들어갔다. 이 8개사의 코발트 생산량은 콩고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콩고에서 생산된 코발트의 94%가 중국의 정련 회사로 수출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코발트의 제련 및 가공에서 이미 세계의 선도적인 지위를 얻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중국의 코발트 가공 기업들의 생산량은 전 세계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언론매체인 '뚜오웨이신문(多維新聞)'은 10월 11일 '희귀금속 쟁탈전,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 포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콩고에서 구리와 코발트의 채굴권을 얻기 위해 경제 원조 및 인프라 정비를 전개하는 등 아프리카 내에서 오래전부터 세심한 준비와 노력을 들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콩고, 광업법 개정…코발트 가격 추가 상승 불가피

올해 2월 세계 최대의 코발트 보유국인 콩고는 광업법을 개정해 코발트에 대한 수출 관세를 현행 2%에서 5%로 대폭 인상하고, 별도의 초과이득세(SPT)를 50%나 부과했다. 당시 세금과 로열티가 인상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으나, 기존 광업권에는 10년간 유예한다는 조항이 삭제된다는 사실이 기습 발표되면서, 전 세계 코발트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세계 최대의 광산기업 중 하나인 글렌코어(Glencore)를 비롯해 랜드골드 리소시즈(Randgold Resources), 차이나 몰리브뎀(China Molybdenum), 유라시안 리소시즈 그룹(Eurasian Resources Group), MMG, 아이반호(Ivanhoe Mines) 등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되었다. 또 업계는 부과되는 세금을 통한 손실을 시장 원자재 가격에 전가함으로써 동 및 코발트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했다.

이와는 별도로 콩고는 코발트를 '전략자산(strategic substance)'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당시 이 방안이 채택되게 되면 수출 관세와 함께 로열티 율은 10% 수준까지 뛰게 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콩고의 광업법 개정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카모아카쿨라(Kamoa-Kakula)'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하는 캐나다 광물개발업체 '아이반호(Ivanhoe Mines)'의 주가는 폭락 사태를 맞기도 했다.

세계 각국, 코발트 사용 않는 배터리 개발로 대항

비록 중국이 구리와 코발트 등 차세대 EV 산업을 위한 아프리카의 자원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중국의 리튬이온 전지 개발 기술은 미국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뒤처진 상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월 1일자 보도에서, EV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은 독창성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EV용 리튬이온 전지 메이커는 내열성의 고체 고분자 전해질막(격막) 등 핵심 부품은 대부분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의 컨설턴트 업체인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는 8월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 EV 생산 주요 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보고서 'E 모빌리티 인덱스 2018'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은 생산량에 대한 성장률은 7개국에서 톱으로 집계됐지만 기술력은 6위에 그쳤다.

이러한 기술 후진국 중국이 아프리카의 코발트 자원을 대량 확보하게 된 것으로, 과거 전 세계 희토류를 독점하여 이를 무기로 휘두르며 기술력 확보를 시도했던 전횡이 되살아기 시작했다. 결국 각국의 연구 기관과 기업은 중국 당국의 코발트 공급망 지배에 대항하여 최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EV용 배터리 개발을 가속시키고 있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저널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캐소드(cathode, 음극)' 기술 대안을 개발하는 등 주요 배터리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코발트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정권이 내세운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은 "지속 가능하고 자립된 아프리카"를 목표로 향후 몇 개월 혹은 몇 년 내에 각국과의 양자 간 무역 협정을 추진할 것을 제창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각국과의 투명성 있는 무역 정책과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전, 현재의 중국보다 더 혹독한 약탈을 자행하던 미국이 스스로 중국의 위협을 막기 위한 일념하에 자존심을 버리고 아프리카의 지원군 역할을 자청한 셈이다. 그러나 결말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상관없이 아프리카의 자원이 수탈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