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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부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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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부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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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나이 많은 관객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50대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른바 ‘IMF 외환위기’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 ‘위기’가 또 닥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민부도의 날’이 될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①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실직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바람에 퇴직금도 한꺼번에 풀렸다. 덕분에 ‘퇴직금 경기’가 반짝할 수 있었다. 소비가 그럭저럭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어렵다. 퇴직금은 언제부터인지 ‘중간정산’이다. 그 때문에 퇴직금 까먹으며 버티기도 힘들어졌다.

②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자영업이라도 할 수 있었다. 실직자들은 퇴직금을 장사밑천으로 음식점, 라면가게를 차리기도 했다.

지금은 그 경쟁이 간단치 않아졌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쳇말로 10명이면 9명은 망하고 있다. 빚 얻어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은 빚만 고스란히 남는다. 또는 빚이 더 늘어난 채 문을 닫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기준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0.2%나 감소, 반 토막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③ 게다가, 중산층이 홀쭉해졌다. 소비계층은 주로 중산층일 수밖에 없다. 빈곤층은 소비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빈곤층만 많이 늘어났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4.6% 늘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는 부유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 그 다음 계층인 4분위는 5.8%가 늘었지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되레 7%나 감소했다. 하위 20%는 일자리도 16.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암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④ 가계 빚은 정부의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1500조 시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 원을 기록, 3개월 사이에 22조 원이나 늘었다.

쥐꼬리 수입으로는 이자 내기도 바쁘다. 수입으로 빚을 해결하기 힘든 서민들은 빚을 얻어서 기존 빚을 갚아야 할 판이다.

⑤ 고용 형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이다. 청년실업은 말할 것도 없다. 늙은이는 ‘호구지책’을 해결하기 위해 젊은이와 일자리를 다투고 있다. 구직자 가운데 88.4%가 구직난 때문에 질병까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도 있었다.

⑥ 소득이 빠듯하고 취직이 어려운데 소비가 늘어날 재간은 없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울상이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 축소→ 기업 매출 감소→ 재고 증가→ 투자 위축→ 생산 감소→ 고용 더욱 악화.”

⑦ 이런 상황에서는 이른바 ‘가진 자’도 껄끄러운 생각이 들 수 있다. 겁나서 소비할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유층은 돈을 쓰지 않고 IMF 때 그랬듯, 높은 수익을 찾아 돈을 굴릴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⑧ 경기가 언제쯤 풀릴지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성장률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살림을 오그리고 있다.

⑨ 그러면서도 세금은 더 걷고 있다. 국회가 469조5752억 원의 ‘슈퍼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그 예산은 국민이 바친 세금을 거둬서 집행될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면 서민들은 살림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