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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6000억 달러… 그래도 국민은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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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6000억 달러… 그래도 국민은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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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 2012년 12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의 날’ 축사를 통해 “올해 우리는 또 다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5일 후인 12월 10일,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며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은 위대한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자축했다.
같은 날 지식경제부는 “오전 11시 6분을 기해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수출이 5128억 1800만 달러, 수입은 4871억 8200만 달러라고 했다. 정확하게 1조 달러였다.

2018년 12월 5일(이틀 늦은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무역의 날’ 축사를 통해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다.

“올해 우리는 경제 분야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업적을 이루게 된다. 사상 최초로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경제 강국을 의미하는 소득 3만 불, 인구 5000만 명의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하게 됐다.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수출 6000억 달러’다. 이에 따라 ‘무역 1조 달러’가 아닌 ‘무역 1조 1000억 달러’를 축하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은 시큰둥했다. 6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무역 1조 달러’, ‘무역 1조 1000억 달러’의 혜택을 보았다는 국민은 ‘별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 호조를 ‘치적’으로 삼고 싶겠지만, 국민의 체감경기는 ‘엄청’ 추운 것이다.

수출을 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는 물론 ‘가득액’으로 따질 일이다. 그렇더라도, 단순 계산으로 1달러 흑자가 났다면 우리 돈으로 대충 1200원 정도를 밖에서 벌어들였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국민은 돈이 없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4.6% 늘었지만, 부유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 그 다음 계층인 4분위는 5.8%가 늘었지만, 중간 계층인 3분위는2.1%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되레 7%나 감소했다. 하위 20%는 일자리도 16.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3만 달러는커녕, 이렇게 돈이 없는 이유는 쉽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한쪽으로만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수출기업 등만 그 돈을 만질 수 있을 뿐, 내수기업과 중소기업, 서민들은 돈 구경하기가 힘든 것이다. 수출기업 중에서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기업만 ‘뭉칫돈’을 벌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가 수출 ‘900억불탑’을 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축 모드’는 통상 마찰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원화 절상 압박이 심해질 수도 있다.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고도, 짚을 게 더 있다. 올해 수출이 6000억 달러가 아닌 5900억 달러에 그쳤을 경우,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100억 달러쯤 모자란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무역 강국’이라는 찬사를 받고도 남을 수 있다. 우리는 ‘숫자’에 매달리는 군사문화의 잔재를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