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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평] 100세 시대와 일의 역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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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평] 100세 시대와 일의 역할 변화

영국 철학자 칼라일(Carlyle, Thomas)은 '일생의 일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행복을 찾을 필요도 없다'라고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은 우리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일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은 삶의 원동력이자 표현 수단이다. 매일 언론에는 일과 관련된 기사로 넘쳐 난다. 젊은이의 일자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한다. 노년과 경단녀는 질이 떨어지는 단순 반복되는 일거리에 국한되고 있고, 내수시장의 침체는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일의 역할에 대해 한정적이며 단정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의료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100세 시대라는 선물을 가져왔다. 일의 역할 또한 연장된 삶에 맞추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100세 시대에 일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첫째, '배움의 단계'다. 2017년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69.7%다. 10명 중 7명이 대학을 다닌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평균 16년의 형식학습 기간을 갖는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20대 중반까지 학생으로서의 배움을 지속하는 것이다. 즉 '학습으로서의 일'인 것이다. 배움의 목적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함이다. 채움의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몸을 만드는 기간이다. 그 배움이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의존적인 삶'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객체로서 독립은 가능하나 경제적 관점에서 자립은 어려운 시기다.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부모가 만들어 놓은 경로를 따라 다소 수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기간이다. 혈연관계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며 부모의 보호가 강한 때다.

둘째, '채움의 단계'다. 직업이 정해진다. 평생 직업을 통해 경제적 빈 공간을 채우는 기간이다. '수입원으로서 일'이며 '경제론적 삶'을 살아간다. '수입원으로서 일'은 계약관계에서 출발한다. 직장과 종속관계가 형성된다. 종속관계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대부분 해야만 하는 일로 구성되어 있다.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교집합이 크면 클수록 그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존중 또는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집합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교집합을 확장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생리적 욕구에 가까운 생계형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 시기가 사실상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된다. 자녀의 대학교 등록금이 현실적 부담일 뿐 아니라, 결혼자금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의 '우골탑(牛骨塔)'에서 최근에는 '부모은행(銀行)'이라는 신조어 변화가 부모의 역할을 대변하고 있다. 그만큼 힘든 것이 사실이다. 버거울 수 밖에 없으며 자아정체성의 혼란 시기이기도 하다.

셋째, '나눔의 단계'다. 채움의 단계까지가 고용적 삶이었다면, 나눔의 단계는 자아가 주인인 '주체적인 삶'이다. '하고 싶은 일' 또는 '좋아 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시기다. 출발점은 자아중심의 자발적 관계다. 자신이 주연배우다. 살아있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주체적인 삶'은 '수입원으로서의 일'에서는 탈피해야만 가능해 진다. '해야만 하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 전이되는 과정이 채움의 단계에서 있어야 한다. 전직 지원을 위한 경력개발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조직도 개인도 여력이 없다. 개념적 정립도 잘 안되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이 과정은 조직도 개인도 국가도 고민을 해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정립될 때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일'로 '나눔의 단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움의 단계'다. '존재론적 삶'으로서 '잘하는 일, 의미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재능기부하는 것이다. 재능 기부는 건강을 지켜준다. 고전에 나오는 노년에 다섯 가지 중 첫 번째가 건강이며 일은 네 번째다. 일은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지팡이다. 일은 생각 근육의 저축을 통해 건강 근육을 지탱해 주는 주춧돌이다. 재능 기부는 자신의 존재적 가치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과거가 파노라마 영상으로 재생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한 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

'어디에서' 일하느냐의 평생직장 시대는 한 줄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무엇을' 하느냐의 평생직업 시대가 도래하였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대가 끝났다. 사회적 관계,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 일의 역할이 변화되었다. 사회적 역할에 따라 일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HRD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