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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첫 10년, 1500조원의 사회적 기회비용…독일 통일로 바라본 통일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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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첫 10년, 1500조원의 사회적 기회비용…독일 통일로 바라본 통일 손익계산서

[특별기획-통일은 블루오션?] ⑭ 통일을 위한 사회적 기회비용

초라하게 잔해만 남은 분단 독일의 상징 베를린 장벽.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초라하게 잔해만 남은 분단 독일의 상징 베를린 장벽.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2020년은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후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상태로 극적으로 이루어진 독일 통일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통일 교과서'이다. 물론 베트남 통일, 오만의 통일과 같은 선행 사례들이 두 건이 더 있었으나 베트남은 무력에 의해 통일된 경우이고 오만은 통일 이후 또 다시 극심한 내전을 거쳐 재통일된 사례로 우리나라의 통일 교과서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 부적절한 면이 많다. 결국 온전하게 남은 케이스는 독일의 사례인데 독일 통일이 과연 우리나라의 통일 교과서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문제이다. 나아가 정답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즉, 통일의 과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독일식의 '흡수 통일'이 아닌 다음에야 독일의 경험 역시 우리에게 100%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독일은 과연 통일된 나라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통합, 제도적 통합은 어느 정도 이루어냈지만 사회적 통합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까지 옛 동독과 서독지역은 차이점이 분명하다. 옛 서독사람들은 동독 출신을 '게으른 오씨(Ossi)'로, 동독 출신은 서독 출신을 '거만한 베씨(Wessi)'로 빈정거리던 때가 바로 엊그제이다. 그리고 그 유산은 아직도 잔존한다.

이러한 문제는 옛 서독과 동독지역에 잔존한 '경제적 불균형', '심리적 균열'에서부터 그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 옛 동독은 서독이 1:1 화폐통합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시작되었다. 즉, 동독의 화폐를 300% 이상 평가절상 해준 것인데, 그렇다면 일시적 구매력 상승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매력의 상승효과는 대단히 일시적이었던데 반해 동독 제조업의 48%가 2개월 이내에 문을 닫았고, 100만명의 동독 공직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통일 직후 2개월 내에 일자리를 잃은 동독 사람들은 130만명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환원되어 옛 서독과 동독 사이의 균열을 가속화 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가 투자한 액수만 통일 이후 15년 간 1조4000억 유로(한화 1750조원)였다. 이후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은 2조5000억 유로를 훨씬 넘어간다. 여기에는 물론 옛 동독지역의 경기 부양 등 경제적 기회비용이 많은 액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확히는 '사회적 기회 비용'이 이 액수의 대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제는 통합으로 이익을 볼 수 있고 당장 지표로 나타날 수 있지만 사회적 통합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 정확한 액수를 추산하기도 어렵고 결과 역시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구체적인 프로젝트별로 경제적 부흥에 들어간 액수보다 사회적 통합에 소요된 비용이 65% 이상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 통일 당시의 경제규모, 당시 투입된 자금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가 써야 할 돈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통일 첫 10년 간 1500조원 이상이 사회적 비용으로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회적 기회 비용'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과연 이를 버텨낼만큼 기초가 탄탄할까라는 의문에 부딪치게 된다. 독일 통일의 사례보다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투자 이후 얻게 될 소득이 어느 정도 확실하다는 점이다. 각 기관마다 다르게 분석하고 있지만 통일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최소 15%에 달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회 비용 1500조원은 결코 우리에게 가벼운 금액은 아니다.

어쨌든 통일에 대한 손익계산서는 '통일된 이후'가 아니라 '통일 이전'에 이미 그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야 한다. 각 기관별 예측이 모두 달라서는 우리가 통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시급히 '통일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