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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캐시리스 가속화…군고구마 장사도 전자경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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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캐시리스 가속화…군고구마 장사도 전자경제 요구

손님의 8할 정도 스마트폰 결제…세계 최대 전자화폐 시장 등극

세계최대 전자화폐 시장 중국에 '캐시리스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자료=알리페이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최대 전자화폐 시장 중국에 '캐시리스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자료=알리페이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 세계 최대의 전자화폐 시장에 등극!"

중국의 캐시리스(Cashless)화가 가속화하면서 '캐시 거절'과 '지불 난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운 셈이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중국은 모든 거래에서 '현금'을 중시해왔다. 물론 그때도 은행에서 발행한 카드가 있었지만 카드를 받는 상점이나 식당이 많지 않았고 외출할 때면 늘 지갑을 챙겨야 했다. 심지어 해외여행가는 관광객들도 고액의 현찰을 지니는 등 불편함도 감수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이러한 생활 습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손님의 8할 정도는 스마트폰 결제를 이용한다. 현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는 것보다 간단하다. 일이 끝나고 산더미 같은 1위안 동전이나 5위안짜리 지폐를 세는 것은 이제 귀찮다"며 상하이 시내 버스정류장 옆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아주머니는 'QR코드'를 내걸고 손님에게 스마트폰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겨울철의 풍물인 군고구 등 좌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금 결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과 공유 자전거, 포장마차, 재래시장에 이르기까지 지폐나 동전이 없는 '캐시리스' 사회로 변화됐다. 스마트폰 결제용 2차원 마크인 QR코드 하나로 중국인들의 주머니는 훨씬 가벼워진 것이다.

동시에 편리성을 앞세운 QR코드가 만연함에 따라 장사를 개시하는 풍토도 바뀌었다. 정식 영업 허가의 유무나 납세 실적에 관계없이 자신의 계좌를 나타내는 QR코드만 점포 입구에 내걸면 거래가 성립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판매자 양측의 편리성에 의해 중국 대륙이 캐시리스화되기 시작했다. 포장마차 주인은 "예전에는 이따금 100위안(약 1만6400원) 위조지폐를 받고 난감했던 적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결제 이후 이런 걱정은 없어졌다. 이제는 현금을 거절하고 싶다"고 말한다.

중국 스마트폰 결제는 크게 두 계통.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계열의 '쯔푸바오(알리페이)'와 IT 거인 텐센트(騰訊) 계열의 '위쳇페이(WeChatPay)'다. 고객은 자신의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두 계열의 서비스 중 어느 것으로도 QR코드를 읽어 스마트폰에 결제 금액을 입력하고 암호 또는 지문 인증으로 간편하게 결제가 완료된다.

스마트폰이 탄생하기 전 중국에서는 개인 신용을 중시하는 신용​​카드가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불과 동시에 계좌에서 인출되는 직불카드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선행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여기에 주목하면서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전용 회선 대신 인터넷을 통해 결제하는 시스템을 보급시킨 것이다. 이어 레스토랑 등이 경쟁적으로 스마트 결제를 채용하고 공유 자전거 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서비스를 낳는 금융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 급발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10년 전 중국 중앙 정부에 의한 인터넷 금융 규제와 법 정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IT 기업이 이에 주목하고 혁신적으로 발상한 것이다. 중앙 정부가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제공하고 부상하는 IT 기업이 이를 혁신적인 기술로 보급하면서 인민들이 열광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모두에게 편리함과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중국 내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결제는 현금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중국 은행에 계좌가 없는 사람이나 관광객 등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도 있다. 게다가 금융권과 스마트폰에서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스마트폰이 없는 고령자와 농민의 불편은 가중되었으며 결제 기능을 악용한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7억50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지난해 말 정리한 2017년 3분기(7~9월)의 국내 모바일 결제 총액은 2016년 동기 대비 39.5% 증가한 49조2600억위안(약 8080조6100억원)에 달했다. 결제 건수는 46.7% 증가한 97억2200만건. 물론 여기에는 기업 간 결제 등도 포함돼 단순히 스마트폰 결제만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하지만 인터넷 인구로 나누면 3개월 사이에 1명 평균 13회 가까이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소비자를 둘러싼 온갖 상품과 서비스 대금의 결제가 QR코드에 의존해 캐시리스 사회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많은 상인들이 현금을 거절하는 사례가 확대되면서 어쩔 수 없이 현금을 고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지불난민'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하는 등 '캐시거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편리성을 내세운 QR코드의 이면에 '캐시리스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