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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시장 찬바람, 대어 부재에 '속빈 강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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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시장 찬바람, 대어 부재에 '속빈 강정' 우려

공모가 고평가 논란…SK루브리컨츠 상장 철회
삼성바이로직스발 회계감리 후폭풍…하반기 대어 줄줄이 '위태'

올해 IPO 공모규모 상위 종목, 자료=IR큐더스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IPO 공모규모 상위 종목, 자료=IR큐더스
[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IPO 상장은 1일 기준 코스피 13개, 코스닥 44건 총 5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9건(코스피 21건, 코스닥 78건) 상장 실적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아직 4분기 상장 예정 기업들이 대기중이지만, 한국거래소가 올해 야심차게 계획했던 목표치 80~90건에 비하면 더딘 속도다.
특히나 대어급 공모가 고배를 마셨다. IPO 시장은 공모수 보다 공모 규모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현재 공모규모 상위 순위에서 조 단위는 물론 2000억원 이상의 IPO도 없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IPO가 부재한 상황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공모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린 애경산업(1979억원),티웨이항공(1920억원), 롯데정보통신(1277억원), 신한알파리츠(1140억원) 등이 공모액 1000억원대에 그쳤다. 상반기까지 집계된 공모액 규모만 봐도 총 78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4조76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루브리컨츠의 돌연상장 철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한 회계감리 강화 등이 IPO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시가총액 5조원의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이 무산됐다. SK루브리컨츠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철회가 불가피했다.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하며 외면했다.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뭇매를 맡기도 했다.

하반기 대기중인 대어들의 상장도 순탄치만은 않다. 삼성바이로직스 회계감리 논란 이후 금융당국의 IPO 감리 심사가 강화됐다. 보통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후 6개월 내에 공모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회계감리 절차가 길어지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총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현대오일뱅크가 회계감리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현대오일뱅크의 회계기준 변경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도 회계감리 지연 등의 여파로 코스닥 상장을 연기했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우량기업에 주어지는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았고, 6월말 상장 예비심사도 무사 통과했다. 그러나 감리가 석달 넘게 미뤄지면서 연내에 상장을 매듭짓지 못하게됐다. IB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 1조원~1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마의자의 대표주자인 바디프랜드는 지난 5월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예상 밸류에이션은 2조5000억원~3조원 사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은 CJ CGV베트남도 오는 10월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중이지만 공모규모는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낸 기업은 100곳에 육박해 역대 가장 많은 공모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다만 1조원대 대어급은 물론 5000억~1조원 사이의 중어급도 보이지 않아 올해 공모 규모는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증권사별로 대신증권이 에코마이스터, 애경산업, 엠코르셋 등 총 6건(2737억원)을 단독주관하며 공모규모 1위를 거머쥐었다. 그 뒤를 미래에셋대우(2063억원), 한국투자증권(1569억원), 삼성증권(1271억원), 키움증권(902억원) 순으로 잇는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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