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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세계 생산기지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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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세계 생산기지 역할 할 것"

[특별기획-주한 외국대사에게 듣는다] ⑦ 응우웬 부 뚜 주한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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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웬 부 뚜 주한 베트남 대사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베트남은 우리에게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야자수와 십자성으로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해줬던 첫 동남아 국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와 함께 했기에 출발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양국이 아주 가깝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됐다.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서울 삼청동 감사원을 마주보는 길에 있다. 그러나 무역업무 등은 서대문 무역대표부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글로벌이코노믹이 더욱 가까워진 한국과 베트남 관계, 그리고 양국의 경제협력 현안과 관련해 최근 주한 베트남 대사, 상무관과 대담했다. <편집자 주>

베트남과 한국은 2015년 12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교역량 증가율이 40%를 훨씬 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 교역 증가율 17.3%를 훨씬 상회한다. 그런 만큼 한국은 베트남에 제1의 투자국이고,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4위 교역국이다.
응우웬 부 뚜 주한 베트남대사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밝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간 한국 위주에서 점차 쌍무관계를 중요시하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 발전의 저변에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양국은 2020년 교역량 10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 2020년 교역량 1000억달러 상회
"기초적인 분야, 특히 농업 분야 투자 이뤄지기를 희망"


팜 깍 투엔 주한 베트남대사관 상무관도 상호의존적 관계를 언급하며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추세 등을 언급하며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세계의 생산기지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 이후 한국과 베트남은 과거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왔다. 베트남이 아세안(ASEAN)에 가입하면서 아세안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생기면서부터 또 한 번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세안과 아시아를 아우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 GDP의 4분의 3이 이 지역에 위치해 세계무대의 접근 가능성이 더욱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환경규제 등이 더욱 강화되면서 중국에서 떠나고 있는 세계 기업들이 베트남을 주목,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한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대외적 환경도 좋은 편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아직 고려 단계지만 미국과 시장 개방까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진입하면서 베트남 진출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이 훨씬 많아졌다. 특히 한국 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베트남에는 현재 50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삼성의 박닌·타이응엔성 휴대폰 공장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 가전공장, LG의 하이퐁 가전,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품 공장, 두산중공업, 한국전력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웬만한 한국 기업이라면 거의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국 기업 간 과잉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나오고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상황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이제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팜 깍 투엔 주한 베트남대사관 상무관은 “그간 한국은 기술 위주의 베트남 투자와 진출을 해왔다. 이제는 좀 더 기초적인 분야, 특히 농업 같은 분야에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트남이 세계적인 쌀 생산국가이지만 아직도 농업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너무 많은 브랜드가 진출해 고전이 예상되지만 농업 분야 투자는 상당히 유망할 것”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나라이다. 한눈에 알아볼 사람들이 많을 호치민의 중앙우체국 건물.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은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나라이다. 한눈에 알아볼 사람들이 많을 호치민의 중앙우체국 건물.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자동차 부품 같은 분야도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천국이다. 자동차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에 비해 부품 조달이 상당히 늦다는 것이다. 많은 해외 기업들이 이 부문에 투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베트남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 보험, 서비스 산업도 유망한 분야라고 팜 깍 투엔 상무관은 추천했다. 베트남이 빠르게 선진형 사회구조로 전환하면서 이 분야의 수요는 계속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 시장이 결코 쉬운 시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고, 한류를 등에 업고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나 연구와 분석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역사적인 경험에서 두 나라는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현대사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총을 겨누며 싸운 적도 있다. 양국 간 직접적인 분쟁은 아니었다고 해도 역사 속에서 어긋난 지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최강 미국을 이겼다는 자긍심’을 지닌 베트남에 양국의 과거사 문제는 접어놓고 더 밝은 미래로 향하는 것이다. 이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면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한 단계 더 진전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만이 남았을 뿐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