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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브뤼셀 주목해야"…국민 소득 세계 10위로 제약·건설 등 위상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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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브뤼셀 주목해야"…국민 소득 세계 10위로 제약·건설 등 위상 확고

[특별기획-주한 외국대사에게 듣는다] 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는 지난 7월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 등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서울 외교가에는 이제 막 데뷔했지만 그는 노련함이 묻어나는 직업 외교관이다. 레스쿠이에 대사와 프레드릭 드 포터 플란더스 투자무역청 한국사무소 대표, 마크 드 베스텔 왈로니아-브뤼셀 무역투자진흥청 한국 대표가 배석해서 대담했다. <편집자 주>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 대사.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이미지 확대보기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 대사.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

‘강소국’이란 단어가 사전에 실린다면 모델로 들 수 있는 나라는 단연 벨기에다.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쳐놓은 정도의 좁은 땅에 인구가 1000만명이 넘으니 인구밀도는 유럽에서도 높다. 그럼에도 벨기에는 항상 일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부자나라(富國)라는 얘기다.

한때 세계 스파이들의 기본 무장이었던 브라우닝 권총이 벨기에 FN사의 제품이다. 벨기에는 정밀기계산업이 크게 발전한 나라다. 지금도 그 명성 그대로 기술혁명을 선도하며 세계 속에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약, 건설 등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벨기에는 1993년 헌법을 바꿨다. 이 헌법은 세계 최초의 ‘연방 왕국’이란 독특한 제도를 탄생시켰다. 왕이 국가원수이지만 정부는 사실상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란더스와 프랑스어를 쓰는 왈로니아로 나뉜다. 거기에 브뤼셀, 그리고 일부 독일어권이 있다.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서 이를 단시간에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역대국 벨기에다운 왈로니아 리에쥐시의 공항. 모든 비행기들이 짐을 싣기에 바쁘다.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이미지 확대보기
무역대국 벨기에다운 왈로니아 리에쥐시의 공항. 모든 비행기들이 짐을 싣기에 바쁘다.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

벨기에 북쪽 지방인 플란더스는 우리에게 ‘플란더스의 개’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실 그 만화영화는 일본이 원산지다. 어쨌든 이 플란더스는 세계 제1‧2차대전의 전쟁터다. 그만큼 전략적인 요충지다. 영국과는 배로 2시간이면 닿고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플란더스 제1의 도시 앤트워프는 항구도시다. 지금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한때 세계 1위의 항구였다. 지금도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로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앤트워프는 세계 다이아몬드의 70%가 이 도시를 거쳐 거래될 정도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시장이다.

중세 도시로 유명한 브루쥐도 플란더스에 있다. ‘북유럽의 베니스’라 불리는 이 곳은 과거 한자동맹의 중심도시였다. 이 때문에 아직도 레이스 등 벨기에 전통의 모직산업이 남아있다. 루벵은 전통적인 대학 도시이고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 인베브가 있는 곳이다. 스텔라 아르투와, 호가든 등이 인베브의 맥주이고 우리나라 카스도 인베브 소유다. 또한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모델로 IMEC라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외 지역에 있는 가장 큰 반도체 연구소가 바로 이 도시에 있다.

이 산학협력의 모델이 벨기에다. 프랑스어를 쓰는 왈로니아 지역의 산학협력도 굉장히 활발하다. 오티니라는 대학 도시에는 아예 연구 및 산학단지가 대학을 끼고 넓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제약, 화학, 식품 산업 회사들이 연구개발과 생산을 같이 하고 있다.
플란더스의 중심 도시 앤트워프 시청 앞 모습.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이미지 확대보기
플란더스의 중심 도시 앤트워프 시청 앞 모습. 사진=주한벨기에대사관

또한 서비스업이 발전하였고 각국과 FTA를 통해 이 지역의 서비스산업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 확실하다. 리에주는 왈로니아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로 왈로니아 물류의 중심지다. 운하가 바다로부터 내륙인 리에주에 연결돼 각종 물자가 이 도시로 몰리는 물산의 집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벨기에가 무역대국인 만큼 리에주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왈로니아는 유럽우주항공국 등 항공우주산업, 수의학을 비롯한 농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는 “브렉시트 이후 브뤼셀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뤼셀이 유럽통합의 중심지로 영국을 대체할 금융 및 경제의 중심지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브뤼셀은 이미 유럽연합의 비공식적인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이 떠난 자리를 메울 국가는 프랑스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다. 프랑스는 독일을, 독일은 프랑스를 견제하며 유럽의 주도권을 서로가 갖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 본부가 브뤼셀에 있으며 이제 그 빛을 더욱 확실히 발할 기회를 맞고 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벨기에의 하이테크, R&D, 제약, 건설 등에서 함께 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곧 그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벨기에 국왕 부처가 대규모의 경제사절단과 문화사절단 등을 이끌고 내년 한국을 방문한다. 이 때문에 주한 벨기에대사관은 서울에서 요즘 가장 바쁜 공관 중 하나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