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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컴백한 '보물선주(株)', 수천억원 증시자금 몰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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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컴백한 '보물선주(株)', 수천억원 증시자금 몰린 이유는?

-제일제강, 보물선 루머에 주가 롤러코스터
-당국 신일그룹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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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일그룹
[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옛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 보물선을 발견했다, 이 곳에 150조원 어치의 금괴 200톤이 실려있을 것이다"

지난주 증권시장을 떠들썩하게 신일그룹이 했던 이야기다. 이러한 동화같은 이야기와 관련 회사들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투자자금이 몰렸다. 제일제강이 대표적이다.
제일제강의 주가는 이달 초 1800원대에 불과했지만 17일, 보름 여만에 3배에 가까운 4100원 대로 폭등했다. 11일부터 19일까지만 제일제강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무려 5000억원이 넘었다.

신일그룹 대표는 지난 5일 제일제강의 최대주주가 되는 주식양도계약을 맸었다. 최대주주의 회사가 보물선 인양과 관련있다는 소식에 투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치솟자 제일제강은 18일 공시를 통해 "투자자가 인수대금 185억원 가운데 아직 계약금만 낸 상태, 잔금 처리가 안돼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았다"라면서 "보물선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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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해 20일에는 2195원으로 장을 마쳤다. 나흘 만에 무려 2배 가량 주가가 빠진 셈이다.

또 다른 테마주로 거론된 피앤텔과 동원시스템즈의 주가도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동원시스템즈의 경우 흡수합병한 한진피앤씨가 돈스코이호 인양과 관련됐다는 루머에 보물선 테마주로 엮였으며, 피앤텔의 경우 자회사인 엘피케이가 신일그룹 계열사의 지분투자를 받았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그러나 여전히 주가 상승분을 완전히 반납하지 않아 보물선 테마주에 대한 기대감이 잔존해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오는 30일 유물을 일부 공개하고 9월 본격적으로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거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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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인양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선체에 150조원의 금화가 실려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신일그룹과 해양수산부 간 보증금 관련 의견 마찰로 인양에 차질이 생겼다.

신일그룹은 해양수산부에 배의 가치를 12억원으로 적어 인양승인신청서 제출했다. 해당가격은 철근 값만 산정한 것으로 해양수산부가 책정한 15조원이라는 보증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이 같은 가격산정에는 인양보증금이 추정가의 10%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신일그룹측은 12억원의 10%인 1200만원만 지불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인양허가권을 쥔 해수부는 20일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발굴신청 접수를 거부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신청서류를 검토한 결과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다수의 구비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순암함 돈스코이호 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순암함 돈스코이호


보물선 관련주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이유는 앞서 2000년 동아건설과 삼애인더스 등이 보물탐사주로 묶이면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 인양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총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신일그룹이 제일제강 인수대금을 가상통화 투자금으로 충당한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중요 요인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4월 보물선을 담보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 판매를 발행했다. 코인을 팔면 코인의 20%를 판매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다단계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ICO 프로젝트의 사업모델을 분석해 발간하는 ICO애널라이즈드는 신일골드코인에 최하 등급을 매겼다. 점수도 5점 만점에 1점을 부여했다. ICO애널라이즈드는 신일골드코인에 대해 비즈니스 내용과 팀,기술, ICO 조건, 가격 등 모든 기준에서 최하점을 받은 셈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불공정 거래 여부가 없는지 내부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효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투자자들도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 투자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거래소도 주가조작 의혹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조사를 검토 중이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