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장기주주에 의결권 더 줘야…장기주식 보유 장려"

- 전경련,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 개최

기사입력 : 2018-07-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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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를 초청해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을 개최한 가운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외국 투기자본 등 단기주주의 입김을 막기 위해 장기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유망산업은 선진국의 장벽을 뚫지 못하고, 주력 산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선진국들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약, 기계, 부품, 소재 산업 등에는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생산은 세계 1위이나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는 아직도 일본,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 철강 등은 이미 중국에게 크게 잠식당했고, 반도체 역시 중국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 한국의 우위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날 투기성 외국자본이 유입돼 한국의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경제성장률 후퇴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가 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떨어졌다”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14∼16% 수준이던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의 비율이 7∼8% 수준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외환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 특히 외국인 주주들 때문에 설비투자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어졌고, 이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구조 개선 정책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복잡한 소유구조를 가진 한국 대기업들은 단기 주주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하준 교수는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외국 투기자본 등 단기주주의 입김을 막기 위해 장기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1주에 2표, 3년 이하는 5표, 5년 이하는 10표 등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두자는 주장이다.

또한 “자본 이득세를 크게 감면해주는 제도 등을 도입해 장기주식 보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재계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포이즌필, 황금주 등은 결국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기반해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방어 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차등의결권 역시 기존 기업이 도입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장기투자 촉진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장하준 교수와 함께 대담에 나선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역시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성향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과거에 은행대출이 혁신을 위한 '인내자본(patient money)'의 역할을 했다면, 현재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기업의 약진에는 단기이익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자본'의 역할이 컸다”면서 “주주민주주의에 입각한 단기이익추구 성향이 강해지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기업조차도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혁신은 확률이 낮은 것에 투자하는 것이며, 성공하면 '초과이윤' 혹은 '대박'이 되는 것”이라며 “초과이윤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이 일어날 환경을 잘 만들고 그 결과물의 적절한 분배 방안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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