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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호 첫 발… 초고속 승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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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호 첫 발… 초고속 승진 배경은?

-구본준 부회장 연말 인사에서 퇴임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 사진=LG.이미지 확대보기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 사진=LG.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LG그룹이 23년 만에 새 수장을 맞았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빈 총수 자리를 채워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그룹 살림을 챙긴 구본준 LG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할 전망이다. LG상사와 LG이노텍 등이 분리 회사로 거론되고 있다.

◇ 상무→회장, 파격 승진


LG가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사업부장(상무)을 지주사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선대 회장들과 비교해봐도 이례적이다. 부친인 구본무 회장은 상무와 전무,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올랐다. 1985년 당시 구본무 LG전자 일본 동경주재 상무에서 회장실 전무로 승진했을 때 그의 나이는 현재 구 상무와 같은 마흔살이었다.

이후 전무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오르기까지 4년이 더 걸렸다. LG화학과 LG전자를 두루 겸임한 후 50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회장에 올랐다.

2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부친이 뇌종양으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45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으나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길었다. 25세에 그룹 모회사인 락희화학 이사로 취임한 후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에 오를 때까지 약 20년간 그룹 경영에 참여해왔다.

반면 구광모 신임 회장은 그룹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입사한 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LG전자 HE사업본부, LG전자 HA사업본부, ㈜LG 시너지팀을 맡아왔다.

화학과 통신 등 다른 계열사도 경험하지 않았다. 와병 중인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아온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

그럼에도 LG가 구 회장의 초고속 승진을 결정한 이유는 부친인 구본무 회장이 지난달 별세하면서 오랫동안 총수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LG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지난 1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전장부품과 바이오 등 신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LG는 바이오 분야 강화를 위해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LG전자가 ZKW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 구본준 부회장 계열 분리 속도


LG가 4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2대 주주인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다.

이미 구 부회장은 이달 열린 LG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하현회 부회장에 넘긴 바 있다. 1989년부터 정기적으로 이어진 사업보고회는 지주사가 계열사 성과와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구본무 회장이 2016년까지 직접 챙겨오다가 투병 후 구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었다.

구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손을 떼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계열 분리가 빠르게 진행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그룹에서 독립해 LIG그룹을 세웠다.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해 LS그룹을 설립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구본식은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분리 대상인 회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구 부회장은 LG 계열사 중 LG전자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했다. LG디스플레이는 7년간 진두지휘했다. 다만 두 계열사 모두 덩치가 큰 만큼 독립 경영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LG상사와 LG이노텍 또한 거론된다. 구 부회장은 2007년~2010년 LG상사의 경영을 맡아왔다. 또한 두 계열사 모두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7.72%)으로 주식 교환할 경우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는 연말 임원 인사에서 퇴직하는 것만 정해졌을 뿐 계열분리에 대해선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