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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제록스 亞 진출땐 제록스 영역 구미 진출" ... 2021년 기한 맞아 제휴관계 갱신 않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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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제록스 亞 진출땐 제록스 영역 구미 진출" ... 2021년 기한 맞아 제휴관계 갱신 않을수도

합병으로 뭉치려던 제록스와 후지필름이 어느새 견원지간으로 바뀌어 라이벌이 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합병으로 뭉치려던 제록스와 후지필름이 어느새 견원지간으로 바뀌어 라이벌이 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사무기기 대기업 제록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직접 진출할 경우 후지필름 홀딩스는 지역 대항과 함께 "제록스 영역인 구미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항전 태세를 보였다.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27일(현지 시간) 제록스의 존 비센팅 최고경영책임자(CEO) 앞으로 보내는 서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비센팅 CEO는 25일(현지 시간) 고모리 회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2021년에 기한을 맞이하는 제휴 관계를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직접 진출할 의향을 드러냈다.
양사는 올해 1월 말 전격적인 합병안을 내놓았다. 합작 자회사 후지제록스와 제록스를 합병하고 주식의 과반을 보유하는 계획이었다. 전 세계 시장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인쇄 기계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침체되는 가운데, 제록스는 합병에 의한 규모 확대와 함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과 디슨을 주축으로 한 제록스의 주주들이 후지필름 홀딩스에 의한 제록스 인수에 반대를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합병 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경영 통합에는 제록스 주주 총회에서의 승인이 필요한데, 4분의 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인수합병안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후지필름이 제록스를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후지 측에 "제록스을 훔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디슨은 "후지필름에 의한 제록스 인수는 부정"이라며 뉴욕 법원에 인수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일본 후지필름의 미 사무 대기업 제록스 인수에는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제록스는 주주들의 불만 요청에 대해 "매우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면서, 합병을 막기 위한 요청을 거부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 때문에 대주주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제록스의 임시 주주 총회에서 위임장 쟁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 만큼 후지필름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후 5월 접어들어 가까스로 주주들이 주당 40달러(약 4만3160원) 이상을 후지필름이 제시하는 것을 전제로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법적 공방으로 결론날 것만 같았던 인수 계획이 타협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제록스는 아이칸과 디슨을 주축으로 한 제록스의 주주들에게 굴복해 후지필름의 인수합병 계약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으며, 후지필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후지필름은 제록스를 상대로 10억달러가 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합병으로 뭉치려던 양측이 어느새 견원지간으로 바뀌어 라이벌이 된 셈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