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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조정, 원칙대로 확실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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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조정, 원칙대로 확실하게 하라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교육부는 현재 인구 감소 등을 반영해 오는 2021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을 2만명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4월부터 전국 323개 대학(전문대 포함)을 대상으로 대학 재정 건전성과 교육과정 운영 등을 평가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실시해 좋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자율개선에 맡기고 나머지 전국 116개 대학은 대입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실(不實) 대학에 이름이 오른 대학은 당연히 학생 모집에 차질을 빚고 정부가 주는 당근인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의 자연도태는 교육부가 목표로 한 방향과도 일치하고 또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제기하는 평가의 공정성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평가의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 대학구조조정의 명분에도 추진 동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학생 충원과 졸업생 취업률 등 정량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에서 교양과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실대학 리스트에 올랐다고 한 대학은 불만을 제기했다. 지금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을 확실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수십 조원을 쏟아 붓고도 번번이 구조조정에 실패한 조선소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교육부는 우리보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에 나선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저출산으로 18세 이하 인구가 급속히 감소함에 따라 ‘2018년 난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미 일본의 지방 사립대학에서는 학생이 모이지 않아 정원 미달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파산에 몰린 대학도 수십 곳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간다면 도심의 대학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심지어 일본의 사립 명문으로 꼽히는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과 게이오대학(慶応義塾大学)마저 일부 학과는 정원 미달에 무시험으로 합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데에도 한국 교육부는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학입학 시험도 매년 바뀌고, 그 결정도 교육부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공론화 위원회에 맡겨 시민참여단 400명이 결정한다고 하니 그저 한숨이 나온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전형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시민참여단이 ▲정시‧수시 전형 균형, 정시로 45% 이상 선발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는 대학자율 ▲특정 전형 하나로만 선발 지양하는 대학자율 ▲정시확대, 수시 학종과 교과 전형 비율 균형 확보 등 4가지 입시안 중 하나를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비전문가가 내린 결정이 아이들의 입시에 영향을 준다는 건 교육부의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입시제도든, 대학구조조정이든 원칙은 간단하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각종 선택은 칼자루를 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 왔다. 어떤 제도든 완벽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들은 커다란 원칙을 세워놓고 제도를 만든 다음에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간다. 그런데 우리 교육당국은 약간의 문제만 발견돼도 그 문제를 침소봉대해 당국이 정한 원칙을 흔들어버린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중 3학년부터 고 3학년까지 대학 입학전형이 해마다 바뀌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글로벌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시킨다는 대원칙을 갖고 그에 걸맞은 평가방법을 통해 대학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거기에 더 나아가 한국의 대학교육이 글로벌 대학과의 경쟁에서 왜 이기지 못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학구조조정과 입시제도 변경은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맞물려 있다. 지금이 한국 대학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골든타임이다.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