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차 작가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 겨울 방학을 이용해 체코(프라하)와 헝가리(부다페스트)를 여행하며 느낀 단상과 체험을 책으로 묶어낸 것들이다.
작가는 또 “작가로서 경험을 넓히기 위해 광주작가회의에 들어갔다. 주로 혼자 글을 쓰고, 혼자 활동하던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선배 작가들을 만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의 내밀한 속내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었다. 역사의 도시 광주에 살면서도, 속앓이만 했지 먼저 나서서 길을 찾으려는 행동은 늘 굼떴다”며 “그러다 문학인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그 작은 행위가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되돌아왔다”라고 기술하면서 자신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배경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가는 “나는 지난해 촛불이 타올랐던 시간에 틈틈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도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거리를 다시 걸어보았다. 작가로서 내가 채워야 할 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낳고, 어떤 글로 독자와 만나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했다. 이번 체코와 헝가리 여행 또한 그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연장선이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제 1부 체코 편에서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을 시작으로 카렐교와 얀 네포무츠키, 리디체 추모기념관, 독일 드레스덴과 카페듀, 성 키릴과 메소디우스 교회, 쿠트나 호라의 세들레츠 납골당 답사가 그려졌다.
또 제 2부 헝거리 부다페스트 편은 중앙 시장, 새해맞이 선상파티의 추억, 부다페스트 공과대학, 도하니 거리의 시너고그, 영웅 광장의 안익태 동상, 부다 왕궁으로 가는 길, 엘리자베스 워치 타워가 구도가 잘 잡힌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설명 나열형, 교과서적 박제형 또는 사진 위주의 포장 형식을 벗어나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역사현장을 찾은 작가의 끊임없는 내면의 대화들로 엮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영화감독 사유진씨도 "그녀가 걷는 것은 자신의 심연(틈)과 정면 대결하는 것임을. 끝나지 않는 길 위에 현재진행형인 그녀의 걷기는 그래서 무섭다. 시간이 갈수록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지며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라고 작가를 응원하고 있다.
현재 광주대학교 초빙교수로 글쓰기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글쓴이 차노휘는 지난 2016년부터 걷기 시작해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한 다음 훌쩍 프랑스로 떠나서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Camino de Frances)까지 내처 걸었다.
차 작가는 도보 여행을 실천하며 나와 세계와의 관계 그리고 ‘그곳’의 원주민과 문화를 공부하며 열정적으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된 이후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 창작 방법론과 실제》 등을 펴냈다.
도서출판 에코미디어·1만2000원.
허광욱 기자 hkw89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