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한국에 처음 등장했던 당시 어르신들은 이 같은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생수를 사서 먹는 문화가 한국에 널리 퍼져 있지 않아, 편의점 냉장고에 있는 생수가 생소해 보였던 것이다. 이는 요즘 ‘산소캔’을 바라보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과도 일맥상통한다.
18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1989년 7개였던 편의점 매장은 1994년 1439개로 크게 늘었다. 1989년 14억원이던 매출도 1994년 7071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이후 편의점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매출은 2015년 26.5%, 2016년 18.2%, 지난해 10.2%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11.9%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 숫자는 지난 3월 4만개를 넘었다.
한국에 생긴 첫 편의점은 1989년 서울 방이동에서 문을 연 세븐일레븐 올릭픽점이다. 이후 1990년 10월 CU(당시 훼미리마트)가 가락시영점을, 11월 미니스톱이 목동점을, 이어 12월에는 GS25(당시 LG25)가 경희점을 내며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편의점은 생소한 상품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며 기반을 다졌다. 미니스톱은 당시에 패스트푸드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구운 빵으로 만든 햄버거와 튀긴 치킨이 잘 팔렸다. 빙과업체의 팥빙수가 아닌 수제 팥빙수도 잘 나갔다.
세븐일레븐은 당시 인기 메뉴로 걸프, 슬러쉬, 빅바이트를 꼽았다. 걸프는 대형 종이컵에 탄산음료를 따라 마시는 음료다. 빅바이트는 고객이 직접 만들어 먹는 핫도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시대적으로 낯설었던 서양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햄버거를 먹는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매장은 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편의점 점포는 도시 외곽에도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CU(씨유)와 GS25는 울릉도에도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서울 시내에서는 쉽게 눈에 띄는 스타벅스 매장이 울릉도에는 없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